참신한 상상력과 충격적인 주제로 환경동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책!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감동하는 ‘1090 동화 시리즈’에서 새 책이 출간되었다. 자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경쾌한 묘사로 시 읽기에 즐거움을 주고 있는 이정록 시인이 처음 세상에 내놓은 동화 <귀신골 송사리>이다. 이미 작가는 시 우화집 <발바닥 가운데가 오목한 이유>(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 수록)를 통해 동화적 상상력을 보여 준 바 있다. 이 동화는 작가가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써 온 작품으로 충격적인 주제와 기발한 상상력, 아름다운 묘사로 문학적 완성도를 높인 동화책이다. 지난 5월 ‘환경연합시민연대’에서는 어린이 환경책 110권을 선정, 발표한 바 있다. 환경책은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려는, 주제의식이 분명한 책이다. 환경문제는 이 시대 최대의 이슈이자 미래의 운명이 달린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환경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창작동화가 노골적인 주제 전달과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로 인해 어린이들에게 부담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이들은 이제 환경 오염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학습되어 있다. 문제는 의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자연이 바로 자신의 몸이며 자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만큼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이 점이 바로 현재 환경동화가 안고 있는 한계이며 무거운 숙제이다. <귀신골 송사리>는 환경동화의 현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오염된 강물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스스로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이다. 실재 1급수에 살았던 송사리가 3급수에 살게 되기까지 그들만의 치열한 생존 전쟁이 있었을 것이다. 오염된 강물의 물고기들이 살아 남기 위해 어떤 일을 벌리고 있는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보여준다. 또 물고기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강 위에 떠올라 환경의 심각성을 알리는 장면은 오염의 주범이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던지는 무서운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귀신골 송사리』는 이야기의 비장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다. 모험심 강한 주인공 솔솔이와 물고기들이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은 활기가 넘친다. 환경오염을 비관적으로, 혹은 수동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작가의 시각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모험심 강한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면서, 강물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저절로 갖게 한다. 또한 이 동화책에 나오는 유화 그림들은 생명감 넘치는 색감과 상상력을 열어주는 신비한 화법으로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고 건강하게 이끌어 준다. ‘귀신골’이 사라지는 세상을 이제 어린이들 스스로가 ‘마음’으로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생명을 바쳐 오염된 강물을 바꾸는 송사리의 환경 극복 이야기! 이 책은 한 마리의 송사리로 태어나 자신이 강물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솔솔이의 이야기이다. 오염된 강물은 송사리에게 가장 힘겨운 고통이다. 하지만 주인공 솔솔이는 여기에 좌절하지 않는다.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그것을 이겨내는 것만이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솔이는 잠시 버거운 현실을 외면하기도 하지만 진정 사랑하는 붉은뺨 송사리와 솔버삼촌을 위해 뜻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환경을 바꾸는 힘은 모두 하나가 되어 꿈을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용기와 지혜를 잃지 않는 솔솔이에게서 자신의 소중함과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기발한 상상력과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책! 냇가의 송사리가 헤엄칠 때의 몸놀림처럼 이 책은 경쾌한 생동감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예측할 수 없는 작가의 상상력은 펄떡이는 물고기 같다. 수박 속으로 들어간 주인공 솔솔이의 모험담이나 물고기들이 강물 위에 몸을 뒤집어 눕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
봄밤은 뒤척이는 것 천지입니다. 어미새는 알을 품느라고 뒤척입니다. 밤이 되어 서늘해지면 벌레는 흙 이불을 덮느라 뒤척이고, 개구리는 울음주머니를 부풀리느라 뒤척입니다. (붉은 뺨 송사리) 중에서
물소리도 아름다워집니다. 봄비와 만난 숲 속 응달의 해묵은 물이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흘러갑니다. 못자리에서 볍씨를 틔운 따뜻한 물이 미루나무 이파리까지 올라갔던 물과 만나 어깨를 토닥이며 흘러갑니다. 마른 갈대를 묶고 있던 얼음물이 미안하다며 갈대의 새순으로 올라갔다 내려옵니다. (강물 침대) 중에서
위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시인만이 줄 수 있는 묘사의 힘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 생명체의 숨결이 느껴지는 문장들은 때로 한 편의 시가 되어 다가온다. 이야기의 흐름만으로 끌고 가는 기존의 동화책과 달리,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숨가쁜 호흡을 잠시 멈추게 한 뒤, 우리 글의 아름다운 품으로 끌어들인다. 동시에 절정에 다가가는 힘찬 대화글은 역동성과 긴장감을 함께 던져 준다. 짧은 결말에서 독자는 서둘러 끝나는 것에 많은 미련을 갖겠지만, 사실은 묵직한 비장미와 강한 여운이 주는 글의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함축된 결말은 새로운 상상력을 독자에게 열어 주는 작가의 마음이기도 하다. 감정의 섬세한 오르내림이 느껴지는 묘사를 통해 어린이들은 새로운 충동을 느낄지도 모른다. 강가 생물이 주는 풍부한 상상과 그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창작의 충동은 언제나 좋은 글을 읽는데서 시작된다.
전업 화가가 유화로 그린 그림 15점의 아름다움! <귀신골 송사리>에 나오는 신비로운 색깔과 상징적인 그림은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업 작가 백진 씨의 그림이다. 원고를 본 화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유화 15점을 단숨에 그렸다. 재치 있고 아름다운 글이 준 감동의 힘에 의해 그려진 이 그림들은 우리가 많이 보아 온 삽화와 차원이 다르다. 작품 하나하나는 이야기에 의존해서 그려진 것이 아니라 글을 모티브로 화가의 상상력이 담긴 작품들이다. 언뜻 원색적인 색감이 오염된 강물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원색은 우리가 가진 최초의 색깔이며 오염을 닦고 닦으면 도달하는 원래의 색이다. 화가는 오염 이전의 색을 그림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15점의 그림은 또 다른 상상력의 세계이다. 특히 결말 부분에 (102-103p) 들어 있는 펼친그림은 이 동화의 전부를 함축한다. 이 그림 한 점만으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강물과 생명체에 고귀함을 아이들은 느낄 것이다. 빈약한 미술문화 환경에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작품의 완결성을 가진 백진 작가의 그림이 동심의 상상력에 날개가 되길 기대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