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휴머니즘, 치밀한 극사실주의적 취재를 바탕으로, 한 사진작가의 인생의 전기(轉機)가 된 5장면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독특하게 전개되는 연작 단편집이다. 빛과 그림자의 순간 속에서 인물, 시대, 사회를 인화지에 새겨온 한 사내의, ‘섬광처럼 스쳐간 반생’이 아련하고 아프게, 때론 거침없이 그려져 있다.
이야기마다 ‘바로 이 한 컷’이라 할 수 있는 사진을 담고 있는데, 독자들은 이야기 속 사진들을 당장에 한번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순간순간 강하게 느낀다. <주간 아사히>가 『스트로보』를 ‘한 권의 책’ 란의 도서로 선정하고 가진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영화라면 연속되는 컷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진은 한 장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장의 사진마다에서 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 하는 것도 나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였던 겁니다.”
* 미모의 여성 사진작가가 눈사태로 죽어가는 순간까지 놓치지 않았던 사진. * 탁류에 휩쓸린 강아지를 구출한 다음 웃고 있는, 진흙투성이 어린이와 어른 들을 찍은 빗속 시리즈 사진. * 은사의 장례식 뒤 옛 친구들이 보여준 희로애락 모두의 감정이 한 컷에 담 긴 사진. * 근육이 위축돼 죽어가는 소녀의 20살 기념사진. * 요절한 남자가 애인에게 보여주려고 찍은, 밀레의 <만종> 같은 분위기의 고향 풍경들.
다섯 장면 모두는 각각 미스터리적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여성이 영정을 꼭 기타카와에게 찍고 싶어 했던 이유, 어시스턴트가 실수로 불을 내고 자살을 기도한 진짜 이유, 성공을 손에 넣기 위해 애쓰는 여성 사진작가가 남자를 계속 바꾼 진짜 이유는 어디 있었나. 툭하면 여자와 바람이 나던 사진작가가 왜 여자를 찍지 않게 되었나…… 일상의 작은 수수께끼에 불과하지만 그 수수께끼가 풀리면 그 사람의 인상은 물론, 인생 전반을 되돌아보게 한다. 소설에 가파른 속도의 가독성과 감동을 불어 넣고 있다.
지은이 심포 유이치는 에도가와 람포 상, 야마모토 슈고로 상 등 여러 문학상에 빛나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