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출간되었을 때 이 소설은 2~30대 여성들의 소프트한 감수성에나 걸맞는 연애소설의 전형으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을 읽은 이들에게 월러에 대한 편견은 산산이 깨질 것이다. 전작에서 보여 주었던 ‘생애 단 한 번 찾아오는 진짜 사랑’이라는 주제는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에서 더 무르익고, 더 애틋해지고, 더 빛을 발한다. 자기 삶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사랑을 만나고서도 두 주인공은 서로의 삶을 방해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늙어간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격정적인 사랑과 안타까운 이별로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었다면,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은 추억의 힘으로 고독한 삶을 지탱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서서히 감동을 끌어낸다. 문학작품 속에서 인류 역사상 ‘사랑’이라는 주제만큼 흔하고 낡아빠진 주제가 또 있을까? 동시에, 그만큼 진지하고 중요한 주제가 또 있을까?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소설은 어느 유행가 가사에서처럼 ‘사랑이 흔해빠진 사랑 없는 세상’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하나의 해답을 보여준다. 미국의 문학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싸구려 로맨스’라는 혹평을 받고 메이저급 출판사의 홀대를 받기도 했지만, 월러의 시선은 그들보다는 대중 독자들의 눈에 더 가까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이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그 증명이 아닐까? 작가 자신도 어느 정유공장 노동자에게서 받은 편지가 자신이 본 서평 중에 자기 작품의 의도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었다고 말했던 것처럼. 또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나는 내 배우자를 진정으로 사랑하는가?”,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라고 물었던 작가는 이제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을 통해 “제대로 늙어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자세로 죽음을 맞이해야 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라는 흔해빠진 주제는, 우리 삶을 둘러싼 이런 문제들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