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더듬이로 주변 세계를 탐색하고 받아들이는 유아기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을 펴 낸다는 기치 아래 논장에서 새로 나온 '더듬이 문고' 시리즈의 첫번째 그림책입니다. 꾸준히 그림책 창작에 힘쓰고 있는 이호백 씨의 글에, 뉴욕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있는 정경진 씨의 첫 작품입니다.
트래팔지에 포스터칼라로 그림을 그리고, 뿌리기 기법으로 무늬를 만들어 오려 붙이는 등 실험적인 작업으로 완성된 그림책이라 색상과 이미지가 아주 강렬하게 전달됩니다. 이야기의 전개는 처음에는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는데, 아무런 고정 관념이 없는 아이의 눈으로 보면 자연스런 연상 작용을 일으켜 전혀 새로운 장면들이 펼쳐져 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없이 재미있겠습니다.
책을 펼치면 팔짝팔짝 뛰어다닌 고양이 발자국이 가득 펼쳐져 즐거움을 줍니다. 그런 다음 제목이 나오는 표제면에 가면 얼룩 무늬의 털이 부숭숭한 “고양이” 라는 글자와 함께 고양이 꼬리만이 오른쪽 하단에 걸쳐져 있습니다. 마치 고양이가 저쯤으로 뛰어가고 있는 듯한 연상을 부추겨 또다른 즐거움을 맛보게 합니다. 이제 또 한 장의 표제면에서는 ‘봄이’ 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요. 게슴츠레하게 눈꺼풀이 반은 내려왔지만 다소 제멋대로이고 엉뚱한 고집쟁이로 보이는 털 많은 모습으로 정면을 보고 있어요.
이 그림책은 자유로운 연상 작용을 좇아 가며 전개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겉으론 아주 순해 보이는 봄이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숨기고 있어서 가까이서 보면 꼭 호랑이 같다는 연상 작용은 크고 무서운 호랑이의 눈으로 곧바로 이어집니다. 그 큰 눈은 또 거침없이 부엉이 눈으로, 부엉이가 펼치는 큰 날개는 이부자리를, 그 큰 날개를 펄럭이며 나는 모습은 이제 밤하늘로 바통을 넘깁니다.
밤하늘은 또 별이 총총하면 더 좋으므로 별이 총총합니다. 그 별 중에는 또 떨어지는 별이 있고, 그 별이 자꾸자꾸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떨어진 별을 모아 파는 별나라 슈퍼마켓으로까지 이어져 옵니다. 별과자, 별사탕, 별아이스크림 등 정말 별별 게 다 모인 더할나위 없이 화려한 가게군요. 이제 이 가게에 없는 게 뭔지로 생각은 이어져 갑니다.
아, 바로 생선이군요. 이 생선은 누가 제일 좋아하지요? 맞아요. 바로 봄이지요. 봄이가 일으킨 한바탕의 즐거운 연상은 생선을 입에 문 봄이로 끝을 맺습니다. 야옹!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