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위장된 남편의 자살로 절망하던 현 여사(중견 화가)는 아들 지훈의 여자친구 소연(신문기자)을 만나면서 자신도 알 수 없는 격정에 휘말리며 남편의 죽음에 대한 괴로움에서 벗어나나, 소연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집착으로 더 큰 고통에 빠져든다. 모든 생활이 엉망으로 되어 버린 것. 끊임없는 애증과 갈등 속에서 몇 번이고 서로에게서 돌아서려던 두 사람은 그러나 서로에게 잡은 끈을 놓지 못한다. 소연 역시 현 여사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지만, 불안한 미래와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갈등으로 현 여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힌다. 현 여사가 부담스러워진 소연은 관계를 정리할 결심을 하지만, 어느 순간 현 여사의 부재가 줄 고통에 대한 두려움과 모든 관계가 갖는 운명적인 아픔을 깨닫고 현 여사의 곁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현 여사가 마련해 준 오피스텔로 이사한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 여사는 무모한 행동으로 소연의 발길을 끊어 놓고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미행을 시작하며 격정적인 집착과 좌절의 반복을 거듭하던 중, 소연에게 몰디브 섬으로의 여행을 제안한다. 함께하는 마지막 추억을 만들고 놓아 줄 생각에서. 그러나 바쁘다는 이유로 현 여사의 제안을 거절한 소연은 며칠 후 여사의 집앞에서 급히 나오는 구급차를 발견한다. “화가라며? 왜 그랬대?” 하는 동네 여인들의 목소리가 소연의 귓전을 맴돈다. 현 여사의 환청과 함께…`….“너를, 나를 용서할 수 없어.”
사랑이라는 아우라 밑에서 천국과 지옥을 함께 오가는 파멸의 사랑이야기--아들의 여자를 사랑하는 한 중년화가와 애인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신문기자의 충격적 사랑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은 한국문학에서 타부시되었던 동성애를 과감히 사용, 《문학사상》 연재초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소재적 특성으로 인해 얼핏 이 작품의 사랑의 표면적 특성이 ‘동성애’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이 작품에서 ‘동성애’는 요즘 유행하는 사회학적 섹슈얼리티 담론이 아니라 심리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들어간다. 불행한 과거 속에서 고통받고 외로워하던 두 여자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묘파하는 한 수단으로, 사랑이라는 아우라 밑에서 천국과 지옥을 함께 오가는 파멸의 사랑을 그리는 극단의 소재로서 말이다.
사랑의 존재론적 의미와 사회적 관습 아래서 의미 규정 지어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 《그녀의 여자》는 작가가 가장 어려운 시절(남편 김동리 선생의 죽음과 이후 여러 가정 문제들…) 자신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힘든 집필을 감행한 소설로 탈고의 감회를 “빛으로 들어갔다 어둠으로 나왔다” 고 할 정도로 작가 개인의 삶에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