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구치 이치요는 우리 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일본의 여성 작가이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요절한 불우한 이력을 모르더라도, 이 짧은 이야기를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작품에 짙게 드리워진 쓸쓸함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듯. 마을경제의 중심인 유곽을 배경으로, 오월의 초목처럼 성장해가는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간명하면서도 서늘한 필치로 그려냈다.
우리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히구치 이치요의 소설 [키재기] 는 일본 유곽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순정한 10대 소년 소녀들의 일상을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필치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키재기] 를 쓸 때 히구치 이치요의 나이는 스물넷이었고 그 이듬해에 그녀가 요절했으므로 이 소설은 히구치 이치요 문학의 절정기에 씌어진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고유의 풍습, 유곽 마을의 희극적 분위기, 일본문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중요한 모티프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소나기'의 주인공들처럼, 빗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지만 서로에게 전하지 못하는 소녀와 소년의 모습이 애틋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