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4분의 1>은 독특한 실마리를 통해 풀어가는 서정적인 이야기와 안타까운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돋보이는 단편 모음집이다. 2002년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한 네 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이 책은 모두 한결같이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 1인칭 시점의 작품들. 그리고 그들에게서는 작가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짙게 투영되어 있다. 심지어 <켄싱턴에 바치는 꽃다발>의 주인공은 장기 잡지 편집장이라는 약력까지 저자와 같다. 때문에 작품을 읽노라면 소설에 가까운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한 편 한 편이 모두 제각기 다른 색깔의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또한 그 모두가 그저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애잔하고, 달콤하고, 아름답다.
애잔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작가는 작품 각각의 세계와 흘러간 시간을 드러내는 표상적인 소도구들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에서는 비틀즈의 노래와 조각상, <켄싱턴…>에서는 명왕성과 오래된 묘지, <슬퍼서 날개도 없어서>에서는 레드 제플린의 음악과 공룡, <9월의 4분의 1>에서는 브뤼셀의 광장과 아르누보 시대의 건축물……. 또 다른 이름이 아마도 ‘추억’일 이러한 소품들을 통해서, 작가는 변해 가는 것과 변함없는 것 사이의 대조를 빛과 그림자의 그것처럼 보이며 독자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또한 이러한 소도구들은 ‘실존’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 중요한 단서들로서도 작용한다. ‘지금, 현재’의 나를 이루는 것은 다름 아닌 과거이며 기억이라는 것을, 현재의 나를 지탱시켜 주는 것은 무심코, 혹은 안타깝게 놓쳐버린 과거의 사랑이라는 것을, 작가는 절절하게 노래하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에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안겨준 첫 장편 데뷔작 <파일럿 피쉬>에서도 작가가 보여주었던 깊은 화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바로 작가의 시선. 시종 따뜻하고, 애잔한 시선으로 삶과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태도는 또한, 고뇌와 방랑의 시기를 거쳤던 이만이 비로소 지닐 수 있는 너그러움과 진한 애정의 소산으로 보인다.
네 편의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기억과 사랑을 따뜻하게 되뇌일 수 있을 것이다. 푸릇했던 봄날과 뜨거운 여름을 차분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 돌아보듯이. 그런 독서를 통해 계절과도 같은 삶의 여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