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의 경주 엄마의 인생 죽음을 응시하며 촛불이 꺼지듯 신 앞에서의 침묵 산자와 죽은 자 영원한 이별 실존, 혹은 공허
옮긴이의 글
죽음을 앞에 둔 엄마와 함께 한 마지막 6주
엄마에게 우리는 많은 잘못을 범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엄마에게 지나치게 무관심했고 소홀했고 피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를 간호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가 곁에 있어서 엄마가 느끼게 되었던 평온함 그리고 공포와 고통과 싸워 얻은 승리를 통해 우리의 잘못에 대해 얼마간 보상을 했다고 느꼈다. 우리가 마음을 쏟아 보살피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훨씬 더 고통스러워했을 테니까. 실상, 엄마의 죽음은 비교적 편안한 것이었다. “나를 짐승과 같은 사람들한테 맡겨두지 마.” 라고 하던 엄마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누구에게도 그렇게 호소할 수 없을 모든 사람들을 생각해보았다. 자기 자신에게 단 하나의 보호자도 없이 무심한 의사들과 혹사당하는 간호사들의 인색한 자비 앞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졌을 때, 그는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 엄마는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 특권을 가진 사람처럼 그렇게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의 춤]은 보부아르의 소설 중 가장 의식이 순화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발표 당시 56세라는 그녀의 나이에서 보듯, 보부아르는 이제, 삶이 지식으로 이해하기에 불가능한 어떤 것이라는 것을 이 작품에서 조용히 고백하면서, 죽음 앞에서 무화無化 되어가는 삶의 의미를 우울한 눈으로 응시한다. 죽음은 삶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 보부아르는 암과 싸우는 엄마의 고통과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우울한 공감과 철저한 고독을 동시에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삶 자체가 모순인 것처럼.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의 춤]은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을 다룬 자전소설 [아주 편안한 죽음]의 한국어판이다. 소설은 암에 걸린 어머니가 죽음의 신과 전쟁을 벌이는 6주 동안의 시간을 생생한 필치로 기록한다.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어머니의 삶에 대한 끈질긴 집착과 죽음에 대한 거부 그리고 어머니의 고통스런 투병을 바라보는 딸들의 슬픔과 고민이 마치 병상 곁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펼쳐진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또 죽어가는 사람에게 남겨진 최후의 삶들은 어떤 의미인가. 보부아르는 실존적 철학가로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되묻는다. 어차피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을 거라면,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환자의 고통만을 더해주는 건 아닌지. 편안히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이 옳은 게 아닌지. 고통스럽기만 한 몇 주의 생명 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 시간이 죽어가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그리고 곁에 함께 있어도 죽어가는 어머니와 자신은 철저히 분리된 존재임을 느낀다. 죽음은 철저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엄마의 인생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보부아르는 이렇게 고백한다.
사람들이 일흔이 넘은 자기 부모나 조부모가 숨을 거둔 데 대해 눈물을 흘리며 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쉰 살이나 된 여자가 자기 어머니가 죽었다고 괴로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나는 그 여자가 신경과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죽어야 할 운명이고, 80세면 죽어도 그다지 억울하지 않을 만한 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사람은 태어났기 때문에 죽는 게 아니었다. 다 살았기 때문에 죽는 게 아니었다. 늙었기 때문에 죽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은 ‘그 무엇인가’에 의해서 죽는다. (/ 본문 중에서)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