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산양에게 집을 빼앗긴 토끼가 “나랑 같이 가 주겠니?” 하며 만나는 동물마다 도움을 청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구동성으로 “난 싫어. 무서워서 안 갈래”. 힘세고 덩치 큰 황소, 다음으로 개, 끝내 수탉까지 다들 부딪혀 보지도 않고 줄행랑쳐 버린다. 그런데 앞서 나온 동물들보다도 훨씬 작고 힘없는 개미가 용감하고 당당하게 맞서 산양을 쫓아내고 토끼네 집을 다시 찾아 준다. 서로 대화하듯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춘 입말체 문장은 아이들이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심술꾸러기, 심술떼기 ,심술퉁이 등 같은 의미지만 조금씩 다른 뉘앙스를 가진 단어들이 규칙적으로 운율 있게 쓰인 것도 책을 읽어 가는 큰 재미 중의 하나가 된다. 무엇보다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이 책의 그림들이다. 표지에 나오는 토끼만 봐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쁘고 앙증맞은 토끼의 모습이 아니며, 뭔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준다. 그것은 본문에 등장하는 산양, 황소, 개, 수탉, 개미도 마찬가지다. 조금은 변형된 듯도 하고 우습기도 한 그림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의 기발한 발상과 상상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