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여행의 일종으로 가정한다면, 훌륭한 책이란 그것이 어린이를 위한 것이든 어른을 위한 것이든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 되다. 사람들은 각자의 해석에 따라 책을 덮을 때쯤이면 모두 다른 곳에 닿아 있다. 책이 이렇게 여러 갈래로 난 길이기 위해서는 책 자체가 풍부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린 구조여야 하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또한 어린이책은 특히 현실을 초월한 상상의 세계가 등장 인물의 '소망'을 통해 구현되어야 하는데, 이 책 [까만 소녀 니나의 비밀]에서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토끼의 소원이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유념해 볼 것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다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건가에 대한 질문과 자세이다. 바람직한가 아닌가의 문제를 떠나, 하얀 것은 강한 것(물리적인 힘이라기 보다 영향력 측면에서의 강함을 말한다)이고, 강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우리 역사는 암묵적으로 인정해 왔으며, 그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인식이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하얀 것이아름다운 것이라면 까만 것은 아름답지 않은 것인가. 명시적으로 그렇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단순 비료를 하면 '그렇다'고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할 것이다. 다른 것을 인식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준다. 또한 이 책의 미덕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얀'토끼는 그저 '까만'색깔이 예뻐 보여서 그 색을 동경한다. 그 색이 가진 어떠한 함의도 의식하고 있지 않다. 또한 그 색에 대한 질투도 하지 않고 그저 선망할 따름이다. 까만 소녀도 자신을 부러워하는 토끼에 대해 일말의 우월의식도 없다. 아름다움에 대한 전복적 사고와 역할의 뒤바뀜, 다른 것을 보는 선입견 없는 자세, 거기에 더불어 과학적 호기심까지 자극하는 책, 바로 이 [까만 소녀 니나의 비밀]이다. 하얀 토끼 옆집에는 피부도, 머리카락도, 눈동자도 모두 까만 니나가 산다. 이 하얀 토끼의 눈에는 니나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예쁜 까만 색 피부와,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질 수 있을까. 니나 말대로 몸에 몸 구석구석 잉크도 부어 보고, 까만 딸기도 움직일 수 없을때까지 먹어 보고, 까만 커피도 마셔봤지만 도무지 하얀 털은 까맣게 변할 줄 모른다. 토끼는 과연 소원대로 까만 털을 가질 수 있을까?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