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 살기 어려운 때일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불행감은 훨씬 커진다. 한 사회에 커다란 시련이 닥치면 인심도 그만큼 팍팍해지기 마련이다. 불행한 사건들로 사람도 잃고 재물도 잃은 사람들은 그나마 남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지키려고 더 아등바등하기 쉽다. 그런데 그런 슬픔과 아픔 속에서도 잘살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니 귀가 솔깃해진다. 가뭄에 홍수에 전쟁까지 겪고 더 잃을 것이 있을까 두려움에 떠는 어느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도를 닦는 세 스님이 마을에 도착하여 하룻밤 유숙하려 하나,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누구 하나 얼굴 내밀지 않고 마을 인심이 말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민담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그림책 《돌멩이국》은 이토록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상생’의 철학을 통해서 들려준다. 마을 사람들이 저 혼자만 먹으려고 꼭꼭 감추어둔 요리 재료를 스스로 흥이 나서 마을 마당 한 가운데로 끌어내 오도록 하는 세 스님들의 재주를 지켜보면서 “옳아, 바로 그거야!” 하고 무릎을 탁 치며 어느새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커다란 돌멩이국 한 솥을 한가운데 두고 둘러앉는 순간, 모두가 가난했던 마을 사람들은 어느새 모두가 부자가 되어 있다. 스님들은 작고 작은 것들을 모아서 크게 만듦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설법 한 마디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원작을 명예롭게 하는 그림책 존 무스는 이미 소개된 《세 가지 질문》에서도 그랬듯이, 있었던 원작을 새롭게 그리고 이야기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세 가지 질문》도 톨스토이 원작이지만 존 무스의 것이기도 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이 그림책은 원래 이야기의 황제를 한 소년으로 바꾸고, 배경도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어촌 마을로 바꾸어 지난해에 나온 외국 그림책 중에서 가장 크게 주목을 받았다. 《돌멩이국》은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프랑스판 민담으로, 1947년에 마샤 브라운이라는 화가가 그림책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소개했는데, 프랑스판에서는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마을에 행복을 가져오는 매파 역할을 하고 있다. 존 무스는 프랑스 민담에서는 평면적으로 표현된 이들 군인 매파들을 “건강, 부귀, 장수”를 기원하는 중국의 삼신으로 바꾸어 상징성까지를 더했다. 수채를 주재료로 하면서도 수묵화의 농담을 살려 깊은 맛을 주는 존 무스의 그림책에서 줄곧 관심하고 있는 테마는 “사람이 잘 사는 길”이다. 원작을 명예롭게 하기를 바라는 겸손한 태도로 시작하여 그가 다시 쓰고 그린 그림책들에는 원작을 뛰어넘는 멋진 향기가 가득하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