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상상놀이를 그대로 담아낸 엉뚱하고 재미있는 책 어느 날 네 명의 아이들이 세계일주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여행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땅으로 둘러쌓인 물로 된 섬에는 153m나 되는 나무가 자라고, 바다에서 이미 양념이 다 되어 있는 물고기들을 건져 먹고, 신사처럼 차려 입은 흰쥐들에게 푸딩을 구걸하기도 하고, 파란 병에 사는 상냥한 파리들을 만나기도 하고, 집게발을 마음대로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게와 가재들에게 털장갑을 떠주기도 하고. . .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상상력을 마구 증폭시키는 재기발랄함이 짧은 이야기 속에 가득 넘쳐 난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린이들은 주변에 실제로 있는 사물을 가지고 상상놀이를 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글과 그림이 이루는 묘한 부조화 속에 진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세계일주를 하기 위해 마련한 멋진 배는 침대이고, 파란 병의 파리들이 사는 나라는 장식장이고, 꽃양배추가 걸어다니는 매끈매끈한 바닥의 타일은 거실 바닥과 똑같이 생겼다. 글에는 친척들이 아이들을 부러워했다고 하지만 그림에는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모습에 경악하는 부모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힌트가 또 있다. 보통 모험책의 면지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언뜻 보면 그냥 집 안 풍경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세계일주를 한 장소가 고스란히 담긴 지도와 다름없다. 뒷면지에 같은 장소가 엉망이 된 모습은 아이들이 세계일주를 얼마나 신나게 했는지 말해 준다. 에드워드 리어의 풍부한 상상과 클라우스 엔지카트의 사실적인 묘사가 세련된 조화를 이루는 이 책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엉뚱하면서도 매력적인 책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