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를 통해 ‘영원’의 개념을 알려줍니다! 모든 종교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 중 하나는, ‘이 세상에서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죽음 그 다음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이 ‘죽음’으로 끝장나버린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영원히 죽지 않음’을 갈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갈망은 인류 역사가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것입니다. 그 유명한 이집트나 티벳의 ‘사자(死者)의 서’ 등 인류 문화유산들에도 이런 인류의 영원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습니다. 만일 ‘영원’이 없다면 우리 삶은 무의미한 허무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 속에 한정되어 살고 있는 우리는 ‘영원’이라는 개념을 알아듣기 어렵고 또 자칫 잊어버리고 찰나에만 골몰하여 무의미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니코스카잔짜키스는 “신이 인간에게 종교를 준 것은, 바로 인간에게 ‘영원’을 가르쳐 주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유럽에 널리 영향을 준 고대 이집트의 부활 신앙이 담긴 불사조(불새) 신화와 러시아 민담이 합쳐진 환상적인 이야기 <불새가 살아났어요!>는 어린이들에게 ‘영원’의 개념을 알려주기에 좋은 이야기입니다.
마샤가 찾아 떠나는 환상의 모험과 신비한 대결 마샤는 엄마 아빠를 도와 집안 일을 돕고 있는 소녀입니다. 엄마에게 그림물감을 선물 받고 나서, 달걀에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을 즐겨하지요. 어느 날, 달걀에 그린 그림이 마르는 동안 마샤는 숲 속 깊이 들어갑니다. 그 곳에서 마샤는 불꽃이 폭포처럼 떨어지는 듯한 모습의 신비한 존재 불새를 만나게 됩니다. 알고 보니 불새는 우주의 근원인 흙, 물, 공기, 불의 사대원소 알을 수호하는 존재였지요. 불새는 강한 힘을 가진 마녀 바바야가가 사대원소 알을 노리고 있고, 그렇게 되면 바바야가가 우주 전부를 손아귀에 넣게 될 거라고 설명했어요. 그래서 마샤에게 알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 바바야가의 눈에 띄지 않도록 숨겨 놓을 수 있대요. 마샤는 각각의 알에 사대원소의 자연스런 모습을 그리고, 불새는 그것을 숨겨 놓습니다. 마녀 바바야가는 숨겨져 있는 알 옆을 지나가도 알아보지 못했어요! 계획은 성공하는 것 같아어요. 그런데 마지막 불의 알을 마녀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마샤가 잠깐 나간 틈에 벌어진 일이지요. 마샤는 마녀를 찾아가 불의 알을 찾아와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마녀를 찾아갑니다. 불새가 자신에게 준 깃털을 가지고 마녀의 집에 가는 길을 알아내지요. 그리고 마녀와 대면한 마샤는 사대원소의 수호자인 불새를 불러내는데…….
삶의 기본 요소를 파괴하는 세력으로부터의 보호 <불새가 살아났어요!>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부터 꼽았던 우리 삶을 지탱하는 기본 요소가 흙, 물, 공기, 불로 제시됩니다. 이 땅과 물과 공기와 불(에너지) 문제는 오늘날 우리를 둘러 싼 환경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수호하는 천사로 불새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기본 요소를 지키는 데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에서는 깨우칩니다. 어린 ‘마샤’는 그런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을 대표한다. 그 사대원소를 지배하는 자가 곧 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가 되기 때문에 불새는 악의 상징 바바야가에게 그것들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마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누구에게 주어졌느냐는 문제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불새는 숲이 주는 따스함, 빛, 위로의 원천으로 나타나는 반면 바바야가는 엄청난 체구와 동굴 같은 입에 강철 이빨을 가진 잔인하고 저항할 수 없는 무서운 힘으로 나타납니다. 안전하게 뛰어다니며 피할 수 있는 바바야가의 닭발 모양의 집은 바바야가가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할 일 마샤의 책임은 너무 중요한 것이어서 혼자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마샤에게 가시나무, 강물, 안개가 장애가 됩니다. 마샤의 장애를 늑대, 독수리, 물고기 같은 동물들이 도와준다. 환경과 함께 동물들도 한 운명공동체의 일원임을 깨우치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또한 마샤가 혼자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없어 동물들의 도움을 받았듯이, 아프거나 혹은 장애 때문에 자신의 일을 홀로 처리할 수 없는 환자나 장애자를 우리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어린이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불새가 살아났어요!>는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하느님의 부르심을 알려주는 책이라고도 하겠습니다.
러시아 민담을 접할 수 있는 귀한 기회 민담은 민족에게 쌓여온 보물 같은 이야기로 인간 내면의 뿌리 깊은 호기심, 운명, 세상의 근원 등에 접근하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러시아 민담에 바탕을 둔 그림 동화 <불새가 살아났어요!>는 재능 있고 책임감 있는 소녀가 악의 힘에서 세상을 구하는 일에 도움을 준 이야기입니다. 러시아의 다른 민담처럼 인간 삶에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나타내고요.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민담의 구조가 들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의미 있는 독서 감상이 될 것입니다. 마샤는 흙, 물, 불, 공기의 알에 그림을 그려넣는 행동을 반복하고, 반복적인 행동의 리듬은 즐거움을 줄 것입니다. 또 숲 속 깊이 사는 마녀를 찾아가야만 하는 환상적인 모험과 신비한 불새와 마녀의 대결을 지켜보는 장면 속에서 어린이들은 흥미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환상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환상적인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는 상상을 무한하게 확대시켜 줄 것이고, 타민족의 민담은 다양한 세계를 보여줄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보이지 않는 신비한 존재들에 관심을 보이듯, 이 책에 나오는 불새, 마녀 바바야가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