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잎들이 무성한 커다란 나무 위에 오두막을 짓고 한여름을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는 나무타기는 어림도 없는 키 작은 나무를 보면서, 커다란 나무를 갖고 싶어하는 한 아이의 소망을 따라간다. “아주아주 커다란 나무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엄마에게 말하는 가오루의 평범한 말로 시작하지만, 그 상상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보면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서 시원한 산들바람을 맞는 듯한 청량함이 가득 느껴진다. 가오루가 갖고 싶은 나무는 아빠, 엄마, 동생이 모두 힘을 합쳐야 겨우 껴안을 수 있을 만큼 둘레가 굵은 커다란 나무이다. 그 나무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가지 위에 지은 가오루의 오두막이 나타난다. 사다리 꼭대기에는 다람쥐 집이 있고, 끝까지 더 올라가면 난간이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는 저멀리 산도 보이고 가물가물 읍내도 보이고 아주 멀리까지 훤히 보인다. 여름에는 어쩌면 가오루의 오두막 방 안에서 매미가 울거나 잠자리가 놀러 올지도 모르고, 가을이 오면 어치가 놀러왔다가 유리구슬이나 연필을 물고 가 버릴지도 모른다. 눈 내리는 겨울날에는 다람쥐가 호두를 들고 놀러 올지도 모른다. 다시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가오루는 자기가 생각한 커다란 멋진 나무를 그림으로 그린다. 그리고 다음날 아빠와 함께 아주아주 커다랗게 자라는 나무를 심는다. 지금은 가오루 키만 한 조그만 나무지만. 맑은 공기를 주고, 쉼터가 되어주는 나무의 유익함에 묻혀 그냥 지나치기 쉬운 ‘나무의 즐거움’에 대해 온갖 상상을 펼칠 수 있게 만드는 소박한 그림책이다. 가오루의 상상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책을 읽는 아이들 자신이 정말로 그 나무를 올라가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도 하고, 바람이 살랑 불어와 머리칼을 흩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사삭사삭 나뭇잎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화면 가득 펼쳐진 커다란 나무 그림은 회색 시멘트로 차 있는 주변에서도 커다란 나무를 올라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마지막에는 책을 읽는 아이들 자신도 나무를 심고 싶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특히 옆으로 돌려보면서 커다란 나무로 이어지는 그림은 진짜 나무를 보는 듯한 느낌을 그대로 살려주고 있다. 나무 위 오두막에서 핫케이크도 만들고 다람쥐와 인사도 하는 가오루의 상상은, 밖에서 뛰어놀기 보다는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주변의 자연을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줄 것이다. 그리고 나무가 주는 즐거움을 하나씩 꼽아보게 만들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나무와 함께 생활하는 느낌을 오래오래 간직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