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인 <늑대는 양을 잡아먹었을까?>는 우정에 관한 아주 색다른 이야기입니다. 서로 너무 달라서 결코 친구가 되어 같이 살 수 없는 늑대와 양. 하지만 이 둘은 하룻밤 동안의 여행 속에서 상대방을 진정으로 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따뜻한 우정이 순진하고 힘없는 양에겐 멋진 추억을 선물하였고, 교활한 늑대에게는 죽을 뻔한 생명을 돌려받게 해주었으니까요. 이 동화는 늑대와 양이라는 평범한 주인공과 늑대가 순진한 양을 잡아먹기 위해 온갖 꾀를 짜낸다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뻔할 것 같은 이야기는 교활하고 시커먼 속마음을 가진 늑대의 잔꾀와 한밤중의 여행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순진한 양의 호기심이 서로 맞물리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반짝이는 눈망울로 추억을 기대하며, 늑대를 멋진 시인이라 믿는 양. 그 양을 속이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지만 조금씩 양의 소원대로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 늑대. 차가운 얼음 구덩이에 늑대가 빠지게 되자, 약하고 겁 많은 양은 스스로 늑대를 구하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결국 늑대를 살려낸 양과 그 양에게 아침 일찍 자신을 떠나가라고 말하는 늑대. 이 둘의 특별한 우정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게다가 실물 사진을 오려 붙인 그림 위에 자유로우면서 부드러운 선을 그리고, 풍부한 색을 덧붙인 그림이 유쾌하고 발랄합니다. 미세한 부분까지 재치 있는 상상으로 가득 채워 그림 보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늑대는 양을 잡아먹었을까?>는 완전히 새로운 발상과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멋진 그림이 어우러진 뛰어난 작품입니다.
한밤중에 떠나는 특별한 여행 어느 추운 겨울저녁. 배고픈 늑대가 썰매를 끌며 터벅터벅 걷고 있습니다. 먹을 게 떨어져서 찾아 나선 거지요. 마침 외딴 집 한 채를 발견한 늑대는 그 집에서 양과 마주치게 됩니다. 맛있는 먹잇감을 드디어 찾아낸 늑대는 한 입에 양을 해치워버리고 싶었지만, 좀더 일을 쉽게 하기 위해 양을 바깥으로 유인하기로 합니다. 양에게 추억을 만들자고 하면서요. l겁 많고 순진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양은 늑대를 따라 추억으로 가기로 합니다. 게다가 양은 늑대가 번쩍이는 금빛 시계를 찬 멋쟁이 시인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은 기분이 들떠 어쩔 줄 모르고, 늑대는 양을 해치울 만한 한적한 곳을 찾습니다. 둘은 추억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부르지만, 늑대는 배가 너무 고파 아슬아슬하게 속마음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늑대는 드디어 한적한 호수를 찾아냈습니다. 배가 고파서 어쩌냐는 양의 질문에 늑대는 여긴 먹을 게 딱 한 가지밖에 없다고, 속으로는 그게 바로 양, 너라고 대답합니다. 그때, 양은 그 먹잇감이 물고기라고 생각하고, 호수의 얼음을 뚫고 꼬리낚시로 물고기를 잡자고 말합니다. 게다가 얼음구멍을 만들기 위해 줄넘기까지 하자는군요. 늑대는 순진한 양의 말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아마도 마지막 소원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호수의 얼음에 금이 가고, 맛있는 새끼양 요리를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힘차게 뛰던 늑대는 그만 물에 빠지고 맙니다. 양은 물에 빠진 늑대를 건져 썰매에 묶습니다. 너무나 겁이 나고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 늑대를 돕기로 합니다.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빈 집을 찾아낸 양은 그곳에서 정성껏 늑대를 간호하며 돌보아 줍니다. 조금 정신을 차린 늑대, 꿈 속에서 살아 있는 양요리는 보고 놀라 깹니다. 늑대는 양에게 내일 아침 자신이 깨기 전에 집을 떠나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양의 털에 기대어 잠이 듭니다. 늑대보다 일찍 일어난 양은 늑대를 걱정하며 집을 나섭니다. 그런데 그 집은 바로 늑대의 집이라는 걸 알고 안심합니다. 스스로 해낸 것을 자랑스러워하고요. 양이 집으로 돌아가는 눈길은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것 같았습니다. 보석처럼 빛나는 추억일 것입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