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중하게 간직하셨던 것 같습니다. 좋은 느낌이 남아있어요.”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아키코 하츠 지음·시공사)의 렌은 골동품의 표정을 읽어내는 골동품상이다. 골동품의 희노애락을 살펴주는 렌은, 믿는다. 오래된 물건엔 마음이 있다고. 그래서 인연있는 사람들을 부른다고. 오래된 물건이 무엇을 그리워하고 무엇에 불안해 하는 지에 민감한 렌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물건의 자기자리를 찾아주는 게 사명이다.
어떤 청년이 아버지의 유품인 미인도를 가지고 왔다. 렌이 말한다. “멋진 그림입니다. 그렇지만 안파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후회하실 것 같아서요.” 고향을 버리고 재산을 버리고 쫓기는 몸이 돼서도 끝내 버리지 않고 간직했던 그림임을 알아본 렌은 그 그림이야말로 그 청년과 함께 할 운명임을 알아보고 그림을 돌려준다.
자기자리를 찾아간 물건은 정겹고 편안하지만 자기자리를 찾지 못한 물건은 어수선하고 불편해 하고 긴장되어 있어 본래의 빛을 잃어버린다. 때로는 위태위태 위험하기까지 해서 사나운 꿈자리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그것은 ‘원래 주인’에게 돌려달라는 신호란다. 명기가 사람을 가리듯 사연있는 물건은 사람을 가리므로.
마음을 가진 물건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골동품을 투자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좋은 물건이라고 하면 무조건 사들이는 이들, 이들은 대부분 구입 후에는 물건을 값이 오를 때까지 창고에 처박아두는 욕심많은 투자자들이다. 그런 사람에게 골동품을 고르는 눈까지 있다면? 그것은 골동품에 대한 안목이 아니라 골동품 학대다. 그런 투자자가 찾아오자 렌이 뼈있는 말을 던진다. “어르신은 정말 좋은 것들을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만 혹시 창고에 처박아두기만 하신 건 아닌지요? 물건도 감정이 깃들기 마련이니 가끔은 햇빛을 쬐게 해주셔야죠.”
햇빛을 쬐어서 충충하고 침침한 기운을 벗어버린 물건을 보면 보인다. 그 물건이 무엇을 위해 누구에게로 가야 하는 지. 도공인 세이지로가 만든 도자기가 세월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세이지로를 찾아 왔다. 그는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스승의 말을 기억하면서 도자기를 버렸던 시절과 화해한다. “세이지로, 도자기란 것은 모양이 갖춰진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본래 자연을 담아두기 위한 것. 냇가에 가서 물을 보고 오너라. 네가 만든 자기에 담아둘 수 있는 지.”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