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미국 정치 발전과 정보혁명 《연방주의 교서》에 나타난 정보 이론 정보와 거리 정보와 파벌 제1차 정보혁명과 다수결주의의 출현 제2차 정보혁명과 다원주의의 기원 제3차 정보혁명과 수용자 대중
3장 제4차 정보혁명과 탈관료적 다원주의 정보 풍부성의 문제 다원주의의 관료적 개념화 탈관료적 정치조직
4장 제4차 정보혁명과 정치조직 서론 소비자 보호와 사생활 환경보호 운동 교육정책 총기 통제 2000년 선거 사례 요약
5장 제4차 정보혁명과 정치적 개인 교양 있는 시민이란? 이론적 고찰 개인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정보 기술 정보 기술과 정치 참여
6장 공론장의 정보, 평등, 그리고 통합 결론: 중간으로부터의 혁명 다른 국가들과의 간략한 비교 로버트 달의 평등화 명제
부록―인터넷과 정치 변동: 포퓰리즘, 공동체, 그리고 가속화된 다원주의 I. 서론 II. 포퓰리즘 III. 공동체 IV. 가속화된 다원주의 V. 결론
옮긴이의 말 후주 간추린 참고문헌 찾아보기
정보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고찰
미국 정치를 배경으로 정보혁명과 정치제도․민주주의 발전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한 책. ‘정보’가 생성, 배포, 응용되는 방식에 따라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법도 달라졌음을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지은이는 이 책으로 지난 2004년 과학, 기술 및 정치 분야의 뛰어난 연구 성과에 대해 미국정치학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돈 K. 프라이스 상(Don K. Price Award)’을 수상했다.
1장 ‘정보와 정치 변동’은 이 책의 서론에 해당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가 분배되는 방식과 비용이 달라지고, 정보 주체의 폭도 달라진다. 정보 기술이 변하면 정보의 비용, 유통, 분배 구조, 다시 말해 의사소통 방식이 바뀌는 셈이며, 이는 민주주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도와 정치 과정이 정보혁명에 따른 새로운 의사소통 구조에 적응하는 것이다. 2장 ‘미국의 정치 발전과 정보혁명’에서는 미국 건국 당시부터 1980년대의 대중매체 시대에 이르기까지 정치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지은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진화 과정을 ‘4단계 정보혁명’으로 특징짓는다. 미국 건국 초기에 벌써 연방주의자들은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을 이야기했고, 19세기 후반 우편 서비스 발전에 따라 신문이 발흥했다(제1차 정보혁명). 19세기 말엽 산업화 이후 사회의 복잡성이 높아져 갖가지 이익집단과 결사체가 성장하면서 ‘로비’가 등장하고,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전화 시스템․팩스 기술, 직접 우편을 이용하게 되면서 정치 정보의 양과 비용이 극적으로 증대한다. 제3차 정보혁명의 통로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같은 매스미디어였다. 198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 방송 텔레비전의 시대에 비교적 동질적인 뉴스와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대규모 수용자 대중이 등장했다. 3장 ‘제4차 정보혁명과 탈관료적 다원주의’에서는 오늘날 인터넷에 의해 촉발된 ‘정보 풍부성(information abundance)’과 낮은 정보 비용이 다양한 사회정치적 결사체 등 비위계적이고 탈관료적인 조직들을 형성한 데에 초점을 두었다.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집단행동 조직화에 필요한 비용이 대폭 낮아지고 조직 간 경계가 약해지면서 유연하고 탄력적인 네트워크 형태의 조직 구조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탈관료적 다원주의(postbureaucratic pluralism)’는 한편 정치적․사회적 파편화를 초래함으로써 ‘제도화된 다원주의’보다는 주로 ‘원자화된 다원주의’를 이끌 수도 있다. 의사소통의 양적 증가가 정보 피로감과 칩톡 효과(cheap-talk effect: 메시지의 질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4장 ‘제4차 정보혁명과 정치조직’에서는 조직, 자금 등 전통적인 자원을 갖지 못한 탈관료적 정치조직들이 인터넷 등 새로운 정보 기술을 활용해서 지지자나 유권자를 효과적으로 모은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2000년 5월 ‘백만 어머니들의 행진(Million Mom March)’이라는 임의적 이벤트 조직이 총기 통제 정책을 적극 지지하면서 약 10만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를 이끌었다. 지은이는 이 ‘백만 어머니들의 행진’을 조직이나 자금 등 전통적인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펼친 탈관료적 조직의 대표 사례로 평가한다. 지은이는 이 밖에도 1990년대 말 미국 자유당이 주도했던 ‘고객 알기(Know Your Customer)’ 반대 운동, 기존의 환경운동 단체들이 인터넷 기반의 환경운동을 전개한 사례, 1990년대 말 미 행정부가 전자통신법(Telecommunication Law)에 따라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도서관 등에 저렴한 비용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보조금 지원 의무 규정(E-rate)을 신설하자 또 다른 세금제도에 불과하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 보수 세력에 맞서 E-rate 수호 운동을 펼친 교육 시민단체들의 연대와 협력, 2000년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몇몇 후보자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 사례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술 변동이 정보 풍부화를 가져오고, 풍부한 정보 환경이 정치의 탈관료화에 기여하며, 더 나아가 기존의 관료적 정치조직의 특성으로는 개념화하기 어려운 정치적 다원주의화를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인 정치조직과 다른 탈관료적 조직의 눈부신 성과는 ‘정보 인프라’가 ‘조직 인프라’를 대체한 결과이다. 5장 ‘제4차 정보혁명과 정치적 개인’에서는 정보와 정치행위 간의 관계에 대한 전통적인 도구적(경제적)․심리적 모델에 입각해서 정보화가 개인적 차원의 정치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한다. 여기서 그의 결론은, 새로운 정보 환경이 정치적 관여 수준을 본질적으로 변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이미 정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강화할 뿐이다. 역사적으로 정보혁명이 항상 높은 수준의 정치 참여와 민주주의로 나아가지는 않았다는 것이 지은이의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6장 ‘공론장의 정보, 평등, 그리고 통합’에서 지은이는 미국 외에 다른 나라의 사례에 눈을 돌린다.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성장한 독일의 NGO들, 수하르토 정권에 반대하는 인도네시아 학생과 시민들이 ‘PIJAR’라는 온라인 시민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한 예, 그리고 사파티스타(Zapatista)로 대표되는 멕시코 반정부 투쟁과 함께 탈레반, 알카에다, 신나치주의 집단들도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던 사례를 들면서 풍부한 정보 환경은 민주적이든 비민주적이든 모든 유형의 집단행동을 용이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새로운 정보 기술이 제도화된 엘리트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면서 정치적 불평등을 줄여줄 것이라고 예측한 로버트 달의 평등화 명제와는 달리, 지은이는 정보화의 진전이 기존의 불평등 구조를 강화시키고, 특히 탈관료적 다원주의로 인해 공론장의 파편화와 분절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즉, 잘 제도화되지 않은 임의적 형태의 탈관료적 정치조직들이 정치적 의제설정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숙의 과정이 필요한 중장기적인 정치 어젠다보다는 현안 및 사건 위주로 일시적이며 편중된 이슈만이 분절적으로 제기되었다가 수그러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곧 탈관료화된 새로운 정치 네트워크가 정보기술을 통해 국가, 전통적 조직 및 공동체의 경계를 확장시킴으로써 전통적인 시민 조직의 쇠퇴로 생긴 시민사회의 여백을 채워나갈 수도 있지만, 정치적 응집성과 공론장의 약화라는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말미에 붙은 부록 〈인터넷과 정치 변동: 포퓰리즘, 공동체, 그리고 가속화된 다원주의〉는 지은이가 1998년에 정치학 학술지인 ≪폴리티(Polity)≫에 발표한 “The internet and political transformation: populism, community, and accelerated pluralism”을 번역한 것이다. 1998년에 쓰여 꽤 오래된 글이기는 하지만, 인터넷의 정치적 효과를 이론화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 논문으로 평가받는다. 지은이는 인터넷의 정치적 효과를 설명하는 두 가지 입장, 곧 인터넷이 기존의 제도화된 정치 엘리트들의 영향력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는 포퓰리즘(populism)과 인터넷이 정치공동체를 복원시키고 사회질서를 재구조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동체주의(community-building)의 관점 모두 현실적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정보화로 인해 정치 과정이 인터넷 기반의 집단 정치로 파편화되거나 더 유동적이고 이슈 기반의 집단 정치로 전환된다는 이른바 ‘가속화된 다원주의(accelerated pluralism)’라는 대안 모델을 제안한다. 여기서 지은이는 제도적 안정성을 결여하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이른바 현안집단(issue group)과 이슈 공중(issue public)의 출현에 주목한다. 옮긴이 이원태는 “기존의 관련 연구자들이 인터넷의 발달과 정보화의 진전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실증적․정태적 수준에 머물러 연구했다면, 빔버는 이 책에서 거시역사적․동태적 접근법을 통해서 정보화가 미국 정치제도와 민주주의의 발전과 맺는 관련성과 의미를 매우 적극적으로 재해석”(403~404쪽)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빔버의 관점은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 및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및 정치 변동이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구조적․제도적 요인들로 풍부하게 설명될 수 있지만, 정보와 의사소통의 구조 변화가 미친 영향을 통해 보완적으로 설명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419쪽)며 한국정치사에 ‘정보적 관점’을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