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차재진. 달그락 얼음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그의 입술에 가슴이 두근대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바야흐로 그녀는 지금 연애의 절정기.
그 남자, 김광남. 여자는 전부 요물이라던 할머니의 말씀이 딱이었다. 친구였던 그녀는 털털한 사내 녀석 같았는데 여자가 된 그녀는 사내의 간을 빼먹을 만큼 요사스러웠다. 바야흐로 그는 지금 연애의 발정기.
“나 아직 화 안 풀렸어.” 광남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재진은 눈물을 닦고 그를 노려보았다. “나쁜 놈. 겨우 요정도 구박받았다고 도망치냐?” “야…… 차재진…….” 다시 기세등등해진 재진의 표정이 광남은 눈물이 핑 돌 만큼 반가웠다. “너 잘못한 거 벌 받으려면 아직 멀었거든. 네가 그랬지? 묶어놓고 패든, 벗겨놓고 패든 맘대로 하라고.” “그랬지! 일단 벗었으니까 마음대로 패라. 자! 흡!” 광남은 마치 약장수를 따라다니는 차력사처럼 양팔을 벌리고 온몸에 힘을 빡 주었다. 재진은 그를 밉지 않게 흘겨보며 혀를 찼다. “됐고. 그냥…… 자고 가라. 대신 내 몸에 손끝 하나라도 댔다간 당장 끝날 줄 알아.” “차라리 고문을 해라!” “맞아. 고문하는 거야. 나 샤워할 거니까 문 앞에 대기하고 있도록.” 재진은 쾅 소리가 나도록 욕실 문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철컥 굳게 잠겨 버리는 문소리.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