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 총서 [천추흥망] 8권 중 첫 번째로 출간된 [삼국·양진·남북조시대]는 ‘분열과 통일의 시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부제처럼 ‘삼국· 양진· 남북조 시대’의 흥망성쇠를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했다. 난세를 헤치며 천하를 호령한 영웅 ― 조조· 유비· 제갈량을 사실(史實)을 토대로 재평가하고 있다. 법치를 근간으로 한 조조의 인재등용론은 ‘아무리 큰 허물이 있더라도 국가에 도움이 될 재능과 재주만 있으면 구애받지 않고 기용한다’로 집약된다. 그때까지 통치이념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던 유가의 왕도정치와 선비정신을 과감하게 혁파한 인재등용론이다. 조조는 왜 이러한 정책을 폈을까? 그 답은 가문과 문벌을 중시하는 인재 선발 지침의 혁파에 있다. 양진· 남북조 시기의 황실과 귀족계층의 사치풍조는 중국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심지어 남북조시기에는 아리따운 궁녀들조차 화장과 치장에 과도한 경쟁을 했을 뿐 아니라 남자들도 화장을 하는 바람에 뒷날 ‘육조금분(六朝金粉)’이라는 말까지 역사에 기록될 정도였다. 이와 함께 황제보살을 자칭하던 양(梁) 무제와 민족을 초월해 과감한 개혁을 일궈낸 효문제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이 이 책 한권에 그대로 녹아있다. 또한 정치· 경제· 법률· 종교 등 당시의 사회상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역사서로서의 무게감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꿰뚫는 역사적 안목을 기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역사서술방식의 새로운 기준점 제시
[삼국·양진·남북조시대]는 중국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에 있어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 한족(漢族) 중심의 ‘정통’왕조를 앞세워 역사를 서술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중화민족 전체의 발전과 흥성을 기본 토대로 소수민족 정권의 발전과 쇠퇴를 새롭게 해석하여 폭넓은 시야로 중국사를 서술한다. 오늘날 50여개 소수민족이 어떻게 ‘중화’라는 용광로에서 녹아 화학적 결합이 가능해졌는지를 분석한다. 시대구분 방식에 있어서도 천편일률적으로 나누던 기존의 잣대에서 벗어나 한족과 소수민족을 아우르는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또한 수많은 단명한 왕조들이 탄생과 몰락을 되풀이한 까닭을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갈등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는 동시에,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과학이나 문학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문화가 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사례를 들어가며 풀어간다. 여기에 정통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던 사실 뿐만 아니라 은밀히 전해져 오던 야사의 기록까지 곁들여 재미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통치자의 역사가 아닌 당대 사회의 충실한 재현
[ 삼국· 양진· 남북조시대]는 이 시기를 주름잡던 삼국정립의 세 축, 즉 조조· 손권· 유비의 권모술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오랑캐로 비하되던 소수민족 정권에 가해진 억압과 핍박의 과정, 부메랑처럼 한족에게 되돌아온 소수민족의 보복 등 복잡한 시대상을 촘촘히 재현하며 균형 잡힌 역사관을 제시한다. 당대의 사풍과 풍조를 인물 중심의 에피소드로 자세히 엮어 사회가 얼마나 부패하고 사치스러웠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서민 계층에게 행한 토지제도나 당시 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성공적으로 시행된 제도나 전술에서부터 실패한 전투나 정치적 폐단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북방통일에 성공한 관농(關籠)집단이나 전대미문의 개혁을 성공한 효문제가 취했던 입장과 정책을 설명하고, 당시 불교 정책과 입법 활동을 시대별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관농집단이란 관중지역과 농서지역(섬서, 감숙)에 흩어져 있는 선비족과 중국한인 토착 지배세력의 결합체로 이들은 출신지역을 토대로 혼인을 통해 종족융합, 작위세습 등으로 권력을 독점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