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훈 사냥 김민혜 진동의 기원 김일지 실종 문은강 이후의 단상 박영애 종이꽃 한 송이 임회숙 끌려온 길
[사냥]-강성훈] 주인공 미영은 시골에서 홀로 사는 노파다. 그녀는 집에 든 쥐를 잡기 위해서 ‘그년’이나 ‘이년’이라 부르는 고양이를 키운다. 어느 날 고양이가 죽자 그녀는 쥐가 걱정이다. 쥐는 수챗구멍이나 하수구, 담장을 돌아다니면서 미영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그녀에겐 미영의 집을 노리는 아들과 부동산업자가 도사리고 있다. 주변의 개발로 인해 땅값이 많이 올라 아들은 툭하면 집을 팔라 한다. 부동산업자는 헌집과 새집을 바꿔주겠다며 찾아온다. 쥐를 미영의 집을 노리는 아들과 부동산업자에 비유해 그것을 견제하고 누르는 고양이는 미영자신일 것이다. 늙고 병들었지만 자기 영토(자아)를 지키려는 미영의 심리를 쥐와 그것을 잡으려는 고양이를 빗댄 작품이다.
[진동의 기원]-김민혜] 주인공 나는 지진이 일어나 지진에서 비교적 안전한 대도시 부산으로 이사한다. 평온한 일상이 지진으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이사온 원룸 전 세입자가 필리핀으로 신혼여행을 간 남자임을 알게 되면서 나의 일상성이 파괴된다. 전 세입자의 친구, 경찰 등의 사람들이 찾아와 추궁하고 묻는다. 나는 경주에 살 때보다 더 귀찮은 일에 휘말린다. 알고 보면 우리 삶 자체가 진동이자 균열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실종]-김일지] 주인공 나는 무릎수술을 위해 열흘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직장인인 아내는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기간에 출장 간다고 했다. 내가 퇴원해 집에 가니 아내가 그때까지 와 있지 않았다.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지만 없는 번호라고 한다. 나는 아내와 친한 친구한테 연락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지만 소용없다. 주인공은 온 집안에 퍼져있는 아내의 체취를 맡으면서 아내를 그리워한다. 토마토 모종을 심어놓고 거기 열매가 매달릴 때는 아내가 올 것이라 믿으며 소설은 끝난다.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이가 불현듯 사라졌을 때 느끼게 되는 비의를 드러낸 작품이다.
[이후의 단상]-문은강] 주인공 나는 잡지사를 그만두고 연극배우가 됐다. 현재는 애인과 헤어진 상태다. 나는 (나는 그를 죽이지 않았다)라는 연극에서 죽은 ‘빅키’역할을 맡는다. 나는 사체 역할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체는 진짜 죽은 것처럼 꼼짝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과연 죽으면 꼼짝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못할까. 사체인 나는 어머니, 애인, 동생, 세 여자가 다투는 소리를 다 듣는다. 사체가 꼼짝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안 듣고, 생각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판단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죽음의 세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종이꽃 한 송이]-박영애] 주인공 나는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는 취준생이다. 어느 날 고시원의 308호 남자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는 308호의 남자를 아버지만큼 싫어했다. 308호 방에 가서 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길 카페 아주머니를 발견하고, 그녀를 찾아가 308호의 남자에 대해 묻는다. 그렇게 미워했던 308호 남자는 인정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보이는 부분이 전부일 거라 믿고 사람을 속단하는 시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이웃과 단절된 삶을 이어가는 시대에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끌려온 길]-임회숙] 주인공 호준은 혼합성 장애를 앓고 있는 뇌성마비이다. 그는 복지관이 딸린 카페에서 알바를 한다. 호준의 부모는 호준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엄마는 자살시도를 했지만 실패하고 아버지는 집을 나간다. 결국 엄마 혼자 호준을 돌본다. 호준은 마을 입구에 설치된 나무 물고기가 바다로 사라지는 걸 보면서 자신도 자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품는다. 죽음조차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육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비애를 그린 삶이다. 작가는 그런 삶을 ‘끌려온 길’로 비유하고 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