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디기는 올해 아홉 살, 초등 학교 이 학년이다. 원래 이름은 엄삼덕이지만 아무도 삼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와 충청도 산골에서 단둘이 살던 삼디기가 서울 학교에 전학을 오게 되는데, 글도 제대로 못 읽고 콧물까지 훌쩍거리는 삼디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수업 시간에 딴짓하기 일쑤이고 짝꿍과 늘상 싸움질만 해 대는 삼디기가 선생님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넌 왜 밤낮 못된 짓만 하니?"이다. 그런데 어느 날, 삼디기네 반에 ||^연보라||^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게 된다. 삼디기와 짝이 된 보라는 글을 못 읽는 삼디기에게 동화책을 보여 주며 자꾸 글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 창피한 마음에 처음엔 괜히 짜증도 부려 보지만 삼디기는 점점 동화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간다. 한 달이 지나자 보라가 읽어 준 동화책만도 열 권이 넘었다. 집에 오면 할머니에게 읽어 드리기도 하고, 모르는 건 마음대로 이야기를 꾸미기도 하면서 할머니께 칭찬을 받고 좋아라 한다. 드디어 전날 쳤던 받아쓰기 시험 점수를 받는 날, 삼디기는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삼디기 또 빵점이다!"라고 조장 아이가 큰 소리로 외치자, 보라는 삼디기가 쓴 어설픈 문장들이 모두 정답이라면서 동그라미를 치고는 빵점을 백점으로 고친다. 조장은 보라가 한 짓을 선생님한테 고자질하고, 놀란 선생님은 보라에게 왜 그랬는지를 물으신다. 보라는 삼디기가 그 동안 얼마나 열심히 글자 공부를 했는지 울먹이며 말하고, 아이들은 보라가 매일 삼디기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고 삼디기도 열심히 따라했다고 선생님께 말한다. 모든 걸 알게 되신 선생님은 "엄삼덕! 받아쓰기 백 점이다!" 하시며 빙긋이 웃으시고, 삼디기에게 책을 읽어 보라고 시킨다. 더듬더듬 읽어 가는 삼디기와 막힐 때마다 작은 소리로 가르쳐 주는 반 아이들이 한마음이 되어 무사히 책 한쪽을 다 읽자, 삼디기도 반 아이들도 ||^휴우!||^하고 가슴을 쓸어 내린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