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세상에 날리는 후련한 홈런 한방! 얼렁뚱땅 웃어 넘기기엔 뭔가 찝찝한 마이클 루니그의 세상 엿보기
호주의 냉장고 문들과 사무실 게시판에서 마이클 루니그 그림이 색이 노랗게 바래도록 붙어있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토요일 아침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마이클 루니그의 만화는 이제 호주인들의 삶에 꼭 필요한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마음을 위해 인생을 그리는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만화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마이클 루니그. 그의 후련한 풍자와 잔잔한 감동, 그리고 인생에 대한 교훈이 푸짐하게 담긴 《그저 그런 사람들의 행복한 세상》과 《천사들이 사는 지옥 악마들이 사는 천국》이 동시에 출간되어, 한국 독자들의 가슴 속 닫힌 문을 두드린다. 모호하지만 왠지 친근한 마이클 루니그만의 매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호주를 비롯하여 유럽 여러 나라가 흠뻑 빠져들어 그의 작품은 연극, 영화 등으로 제작됨은 물론,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만큼 그 인기는 대단하다. 마이클 루니그는 1965년부터 신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해, 지금은 맬버른 에이지와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연륜 있는 작가이다. 그는 기쁨, 슬픔, 행복, 고독 등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주제로 20년 넘게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그의 작품 속에는 담긴 감미로운 시와 톡 쏘는 듯한 문장, 그리고 사랑스런 그림들에는 독특한 그만의 감각으로 녹아있어 20년 넘은 지금까지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우린 왜 그럴까?'《그저 그런 사람들의 행복한 세상》에서 마이클 루니그는 시작부터 쌩뚱맞게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왜 그런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모른 채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그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없다. 답은커녕 그것에 대해 전혀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우리. 루니그는 《그저 그런 사람들의 행복한 세상》을 통해 우리들에게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안겨주면서, 그가 그린 '행복한 세상'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천사들이 사는 지옥 악마들이 사는 천국》에는 천사의 날개를 부러워하는 악마와 악마의 꼬리를 부러워하는 천사라는 독특한 설정 담긴 표지부터 묘한 관심을 끈다. 게다가 안에 바로 등장하는 인간을 공으로 사용한 천사와 악마의 스쿼시 장면도 예사롭지 않다. 대체 루니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 걸까? 그 궁금증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책 속에 담긴 퍼즐들이 모두 끼워 맞춰지면서 마법처럼 풀리게 된다. 그가 말하는 천사와 악마는 우리의 내면, 천국과 지옥은 우리의 일상을 말한다. 이것들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서로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천사들이 사는 지옥 악마들이 사는 천국》은 이런 오락가락한 일상의 균형을 때론 비꼬기도 하고, 때론 아름답게 꾸미기도 하면서 독자들에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재미를 안겨준다. 뭔가 잘못된 세상. 하지만 마이클 루니그는 우리들에게 문제를 깨닫게만 해줄뿐 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이 세상은 아직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을 글과 그림을 통해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그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나이,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언제나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일상에 찌들어 사는 우리들에게 마이클 루니그가 건네주는 달콤한 낮잠 같은 두 개의 선물 《그저 그런 사람들의 행복한 세상》, 《천사들이 사는 지옥 악마들이 사는 천국》. 이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멀리 호주에서 날아온 선물을 풀어보자.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