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인식씨는 월간 <산> 기자를 거쳐 월간 <사람과 산>을 발행하다 지금은 파리 근교에서 산악소설 등을 집필하면서 미술기행을 하고 있다. 그의 미술기행은 산사나이답게 담백하고 솔직하다. 우선 난해한 미술가들 대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고흐, 고갱, 모네,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화가 9 명을 골랐다는 점부터 그렇다. 그래서 그와 함께 떠나는 인상주의 미술기행은 편안하다.
가령, 지은이는 자신의 인생에서 첫 그림은 윗 부분에 흰 페인트로 [가화만사성]이란 글자를 적은 밀레의 <만종>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동안 그림 제목이 [가화만사성]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런 후에 그는 밀레 그림의 고향 바르비종으로 안내한다. 마찬가지로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보면서도 그는 타히티로 밀항하려 했던 중학생 시절 치기어린 추억을 떠올리며 프랑스 북부 브르타뉴 지방의 작은 마을 퐁타뱅으로 이끈다. 그리고 고갱 그림을 뒤덮은 원시성의 뿌리가 타히티로 떠나기 전에 이미 퐁타뱅 마을에서 싹 텄음을 보여준다.
그밖에도 모네가 물 위에 뜬 도시 베네치아를 연상하며 저 많은 수련을 그렸던 세느강 인근의 지베르니, 135㎝의 작은 키의 로트렉, 이 무대 뒤를 누볐던 파리 환락가 피갈의 [물랭루즈] 등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그렇다고 책이 아마추어 수준은 아니다. 고갱 그림을 보기 위해 남미 페루까지 불원천리 달려갔던 열정과 자료 분석 그리고 현장답사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괴팍해진 것이 살구씨 같았던 드가] [땅의 다른 이름이었던 밀레]를 현실감있게 살려 놓는다. 또 작품에 대한 몰입은 [모네 그림에서는 언제나 물이 흐르고 있다. 햇빛에 바싹 마른 헝겊 한 조각을 그렸다고 해도, 모네는 그 헝겊을 <햇살>이라는 대기의 물에 흥건히 젖어 보이도록 표현해 냈다]고 작가의 특성을 집어내 보여줄 정도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전문가가 대중을 가르치기 위한 계몽적 입장이 아니라 지은이 스스로 미술에 빠져들게 된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감을 자아낸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