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는 북방계의 중형견으로써, 영민하고 용맹한 기질을 가지며, 소박하고 절제된 긴장감의 생김새와 함께 야생적 자연미와 품위가 있다.
대한민국 사람 모두에게는 공통의 기억이 있다. 진돗개에 관한 판타지도 그 중 하나이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것도 있고, 신앙으로 굳기도 했으며, 심지어 애국심까지 뻗어가기도 했다. 한번 물면 결코 놓지 않는 개라거나, 충성심으로 치자면 비교할 것이 없고, 영리하기가 애들보다 낫다는 설들이 오갔다. 호랑이를 잡았다는 얘기야 너무 흔하고, 꼬리는 어떻고 눈과 귀는 이래야 한다는 둥 술자리에서, 밥상머리에서, 사무실에서 진돗개 판타지는 점점 그 세계를 넓혀갔다. 그러는 사이에 진돗개는 진도를 나와 육지를 어슬렁거렸다. 곳곳에서 진돗개가 키워졌고 마니아들의 안목은 날로 깊어갔다. 여기저기서 명견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브리더들의 발걸음도 함께 분주했다. 명견들은 계통을 형성했다. 아직 뛰어다닐 수 있는 대지가 남아있었고 진돗개들은 진돗개다웠다. 그러나 국토는 경제개발로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됐고 취미생활로 개들을 수입해 키우는 재미에 빠졌다. 수입 개들은 예쁘고 특이했다. 애견센터와 동물병원이 여기저기에서 문을 열었고 공원에는 처음 보는 개들이 산책을 했다. 그 중에는 사람보다도 더 큰 덩치들도 있었다. 이제 아무도 입에 거품을 물고 진돗개를 얘기하지 않았다. 진돗개의 목에도 예쁜 목줄이 달렸고 수입 개들 틈에 끼어 산책을 해야 했다. 진돗개도 그 개들처럼 변해갔다. 어떤 이들은 날씬한 진돗개를 원했고, 누구는 갸름한 얼굴만을 고집했다. 본성이나 정체성이란 말은 거론되지 않았다. 사냥개와 반려견과 애완견 사이를 진돗개는 돌아다녀야 했다. 우리의 훌륭한 토종개는 사람들의 편견과 무심에 의해 무모한 이상형만 높아갔다. 그것은 진돗개의 변형을 부채질했다. 여기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진돗개는 천연기념물 제53호이다. 일제 때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 공식 지정한 것은 1962년이다. 그 때부터 진도 밖으로의 반출이 금해졌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 세계애견연맹(FCI) 과 영국애견협회(KC)에 가입하여 명실공이 세계 애견단체에서 인증한 ‘세계 명견’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적 명견 진돗개에 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가? 과연 자부심은 있는가? 진돗개의 참 모습은 어떤가? 진돗개의 미래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아직도 전설이나 신앙이나 애국심으로 대답한다면? 맞다. 그것은 분명히 과학적이지 않다. 저자는 다시 한 번 붓을 들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산업사회가 깊어질수록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싹트기 마련이고, 이런 트렌드는 취미로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에 반영된다. 그러나 개는 애완동물의 차원을 떠나 인간의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로써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개들 중에도 가장 ‘자연스럽게’ 생긴 개가 바로 진돗개다. 이런 진돗개의 특성이 앞을 반려동물로서도 가장 큰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고락을 같이 해왔고, 미래의 비전을 가진 소중한 유산 진돗개를 바르게 길러내는 일이야 말로 우리 동물애호가들의 소명이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견. 어림잡아 50만 명 이상이 기르는, 마니아층이 가장 넓은 애완견. 세계가 인정하는 명견이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정형화된 모델 하나 없는 개, 이것이 진돗개에 관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진돗개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진돗개는 어디서 온 것일까? 진돗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훌륭한 개의 조건은 무엇이고, 진돗개만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일본의 신물인 고마이누의 진실은 무엇인가? 진돗개는 어떤 생김새를 가져야 하고, 종족적 표현은 어떻게 되는가? 이와 같은 진돗개에 관한 이론적 탐구에서부터 좋은 진돗개의 머리, 목, 가슴, 허리, 다리, 엉덩이, 꼬리 모델과 걸음걸이, 달리기를 비롯한 사육, 번식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우리나라 유명 진돗개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저자 윤희본은 최고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명쾌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하며 진돗개가 세계적 명견임을 보여준다.
진돗개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진돗개는 순종이 아니다 그럼 진돗개는 잡종인가? 물론 아니다. 자연환경의 고립에 의해 형성된 동물의 종에게는 이른바 ‘순종’의 개념을 쓰지 않는다. 품종이나 순종은 가축에게 사용되는 개념이다. 우리는 아프리카의 사자, 아마존의 악어, 몽골초원의 늑대, 백두산의 호랑이를 품종 또는 순종이라 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 아종일 뿐이다. 반면에 셰퍼드, 푸들은 개의 품종으로서 순종이다. 순종이란 그 외모의 생김새에서 거의 동일한 특성을 유전한다. 성품에서도 특징적인 성품을 유전하는 것이 상례다. 이는 인간이 이런 내적 외적 특성들을 모아 유전적, 혈통적으로 고정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애견으로 일반화되어 있으면서 진돗개와 비슷한 종의 형성과정을 거친 허스키나 말라무트 같은 견종도 이런 인위적 선택번식의 과정을 거쳤다. 이런 개들은 붕어빵 같은 외모와 썰매 끌기에 유리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진돗개는 어떤가. 진돗개라는 종은 개의 품종 즉 순종이란 개념을 적용시킬 수 없다. 환경 고립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그 종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진돗개의 외형적 내성적 특질을 모으기 위해 인위적 선택번식을 한 적이 없다. 진돗개는 순종이라 할 단계가 아니며, 아직까지는 자연의 한 ‘원종’이라는 생물학적 인식이 정확하다. 비슷한 유전자 풀을 가진 한 종의 집단인 것이다. 겹개, 홑개, 후두형, 각골형, 통골형, 썰개, 뻘개 등 소위 진돗개 전문가들이 즐겨서 분류하는 이런 명칭들은 개 품종으로써 견종 분류의 상식을 넘어서는 인식의 오류이다.
2. ‘진도개’가 진돗개를 죽인다 진도개와 진돗개, 어떤 표현이 맞을까? 국어 맞춤법상은 진돗개가 맞다. 그런데 아직도 진도개라고 쓰는 사람들이 있다. 진도개는 진도라는 섬의 특산물이란 뜻이다. ‘나주배’처럼 생산지를 밝히자는 의미인데, 이는 매우 협소한 생각이다. ‘나주배’야 ‘안성배’도 있고 ‘상주배’도 있으니 그렇게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진돗개’는 대한민국에, 아니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다. 이는 잘못된 표현을 넘어 진돗개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라 할 만하다. 한국의 명물이고 문화유산인 진돗개에 대해 스스로 격을 낮추는 행위인 것이다.
3. 신사를 지키는 신물, ‘고마이누’의 진실 일본은 ‘신사(神社)’의 나라다. 신사는 ‘신도(神道)’라는 일본의 토착신앙 속의 온갖 신들(약 2천 가지가 넘는다)이 모셔진 곳이다.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 때문에 좋지 않은 감정이 들긴 하지만, 일본의 신사에는 우리 선조들의 문화유산이 숨 쉬고 있다. ‘고마이누’(?犬, 高麗犬)다. 어떤 신사를 가더라도 입구 양쪽에 반드시 고마이누 한 쌍이 서있다. 고려견이라는 의미인 고마이누는 고구려를 의미하는 ‘고마’와 개를 지칭하는 ‘이누’라는 일본어의 합성어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고마이누라는 명칭 대신 ‘가라이누(唐犬)’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당(唐)나라 시대에 전해진 문화라는 것이다. 당나라 시대는 물론이고 중국에는 귀신이나 신을 숭배하는 풍속도 없고 더군다나 개를 수호영물로 삼는 문화가 없다. 신사에서 토산품을 파는 상인들도 고마이누를 사자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의식적인 외면에 불과하다. 사자는 목에 목걸이를 하는 경우가 없다. 무녕왕릉의 석수처럼 우리가 해태상으로 알고 있는 상징물도 개(신격화되면 뿔이 달린다)인 경우가 많다. 진돗개의 뿌리에 대한 연구는 우리 문화유산에 관한 연구의 일부이다.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는데서 사회의 충실성이 높아질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