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우리나라에 한문학이 발달하면서 시의 선집選集과 논평을 중심으로 한 시화류詩話類 등의 저작이 적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저작은 고려 중기에 선집류選集類로는 최자崔滋의 [동인지문東人之文]과 김태현金台鉉의 [동국문감東國文鑑]이 있었다고 하나 오늘날 전하지 않으므로 그 체제를 알 수 없고, 조운흘趙云仡의 [삼한시구감三韓詩龜鑑]은 선발한 시에 대해 옆에 관주貫珠로 평을 한 것을 간혹 볼 수 있고 비점批點도 적지 않게 했으며 끝에 간단히 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를 계승한 선집류選集類에서 [동문선東文選]을 비롯하여 다수의 선집에 작품만을 선발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을 비롯하여 서거정徐居正의 [동인시화東人詩話]와 같은 시화류詩話類들은 대상작품의 저작과정에 있었던 일화逸話와 아울러 논평을 한 것이 적지 않기 때문에 선집과는 달리 논평에 상당히 비중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김종직金宗直(1431~1492)의 [청구풍아靑丘風雅]는 통일신라 후기부터 조선조 초기까지의 지은 시에서 선발하여 편찬한 선집으로 모두 7권이다. 이 선집選集은 선발한 작품에 대해 논평도 없는 바 아니나 그것은 많지 않고 어려운 내용에 대한 주해註解를 매우 상세하게 하여 작품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선집에서 보기 드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허균許筠(1569~1618)의 [국조시산國朝詩刪]은 원元 형亨 리利 정貞으로 나누어 9권으로 편찬했는데, 그의 제시산후題詩刪後의 기록에 따르면 선選이라 하지 않고 산刪이라 한 것은 여러 선자들이 선발해 놓은 것을 모아 그 가운데 장단長短 후박厚薄을 비교하여 수연粹然하면서도 법에 맞는 것을 뽑은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국조시산國朝詩刪]은 정도전鄭道傳에서 허균許筠 당시의 인물인 권필權韠에 이르기까지 각체의 시를 선발하여 작품에 따라 평을 하기도 했는데, 작품 가운데 시구詩句에 대한 평은 평評이라 하고 끝에 전 작품에 대한 평은 비批라 했으며, 평어評語는 보기 드물게 간결하며 다양하다. 이 같은 [국조시산]에 대한 역대의 논평은 경미輕靡한 작품을 많이 취했다는 지적도 없는 바 아니나, 여러 선집 가운데 우수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로써 보면 [국조시산]은 선집이면서 다른 선집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평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청구풍아靑丘風雅]와 [국조시산國朝詩刪]에는 여러 형식의 시가 실려 있는데, 오언五言 및 칠언고시七言古詩와 배률排律과 잡체시雜體詩들은 그 형식이 오늘날에서 볼 때 생소하기 때문에 번역에서 제외했고, 오언五言 및 칠언절구七言絶句와 율시律詩만을 대상으로 하여 번역했음을 밝혀둔다. [청구풍아]의 절밀한 주석註釋과 [국조시산]의 섬부贍富하고 예리한 논평이 한시漢詩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과욕過慾인 줄 알면서 같이 묶어 벅역을 했으나, 난해한 작품이 적지 않아 번역에 어려움이 많았음을 밝혀둔다. 한문학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높지 않은 현실에서 출판을 맡아준 경인문화사景仁文化社 한정희韓政熙 사장과 입력과 교정까지 해준 제자 문원철군文元鐵君에게 깊은 사의를 표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