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오세훈이 이영조, 김호기, 강원택, 박철희, 정종호, 이남주, 이재승 등 정치 · 외교· 사회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쓴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가 (주)황금가지에서 나왔다.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선진국의 실패 사례를 거울 삼아 한국이 오랜 불황을 극복하고 희망 찬 21세기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론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쓰인 책이다. 필자들이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2004년 말이다. 송년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가 제안을 한 것이다 “우리라도 생각을 모아 보자! 우리 민족이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자.” 이에 여덟 필자가 의기투합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마침 그들에게는 저마다 외국 사례를 공부하고 직접 보고 느낀 전문 영역이 있었고, 회의를 거듭한 끝에 근현대사에서 나라별로 영광과 좌절의 경험을 통해 배울 점을 도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리하여 6개월의 자료 수집과 집필을 거쳐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1부 ‘실패에서 배운다’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라틴아메리카, 네덜란드, 아일랜드, 핀란드 등 우리보다 앞서 국가적 성공을 이루었던 나라들이 실패를 극복하고 재도약한 비결을 다루었고, 2부 ‘강한 한국을 꿈꾼다’에서는 한국이 위대하고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한 방법론을 국가 경쟁력, 외교, 소프트 파워, 복지, 인권, 통일 등의 분야별로 정리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러 선진국들은 왜 실패했고, 어떻게 다시 일어났는가? 이 책에 실린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여러 국가들의 사례는 비록 처한 상황과 조건은 많이 다르지만 일인당 국민 소득이 1만 달러 언저리에서 몇 년째 정체되어 있는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또한 필자들이 각자 유학 시절에 학문적으로 깊이 천착한 국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쓰인 만큼 국가별 실패와 재도약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영국 병에서 배운다 과다한 복지 정책과 무능한 정치권, 눈앞의 이득을 챙기기에 급급했던 노조의 무책임함으로 인해 1970년대 영국은 이른바‘영국 병’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이런 상황은 1979년 집권한 대처가 재정 지출을 줄이고 노조의 영향력을 분쇄하는 등 과감한 개혁 정치를 단행할 때까지 계속된다. 이처럼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며, 아울러 사회 구성원들도 자기의 개별적인 이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모두의 이익을 고려하는 성숙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프랑스 사회당의 실패에서 배운다 미테랑의 사회당은 집권하자마자 대규모 복지 정책을 펴고 예산 지출을 늘리는 등 과감한 사회주의 개혁을 단행한다. 국제경제의 흐름에 반하고 시장에도 맞지 않는 이러한 정책 때문에 프랑화는 환투기 세력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다. 개혁이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주변국의 경제 기조와 반대 방향으로 나가려던 미테랑은 수차례의 환율위기를 겪으면서 프랑스가 IMF의 구제 금융을 받게 될지도 모를 위기에 놓이고 나서야 비로소 개혁정책을 포기하고 프랑화의 평가 절하를 단행한다. 유럽통화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보수적 기조의 친시장 정책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미테랑의 정책선회는 결과적으로 유럽 내 프랑스 경제의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의 경제 위기에서 배운다 전후 자본주의의 황금 시대를 구가하던 독일은 1970년대 이후 과다한 복지 정책으로 인해 경제 위기에 빠진다. 이후 독일은 기민당 · 자민당이 집권하면서 신자유주의와 유연한 노사 관계로의 전환을 모색하여 성장의 활력을 찾는다. 독일 통일이 이루어지면서 엄청난 통일 비용이라는 부담 때문에 그 미래는 아직 유동적이다.
중국의 문화 대혁명에서 배운다 봉건 잔재를 청산하고 신사회를 이루기 위한 마오쩌둥의 개혁은 급진주의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했고, 이데올로기를 위해 경제 발전을 희생했다. 이후 덩샤오핑은 실사구시 정신에 따라 점진적인 개혁 개방을 통해 경제 성장에 매진하여 비약적 경제 성장을 이룬다. 후진타오-원자바오로 대표되는 중국 제4세대 지도자들에게 남은 과제는 도농 격차, 빈부 격차,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 간부들의 부패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서 배운다 자기만족에 젖은 낡아빠진 일본 정치로 인해 1990년대 일본의 경제는 과감한 구조 조정을 단행할 때를 놓치고 불황의 늪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도 정치권은 눈앞의 당리당략에만 매진하다 국민에게 외면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고이즈미 정권은 “구조 개혁 없이 성장 없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국민과 일체화를 꾀하는 방법으로 점진적으로 개혁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민중주의 실패에서 배운다 라틴아메리카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대중에 영합하는 민중주의 정책을 펴다 오늘날까지 재정 적자와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전환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못하자 다시금 민중주의 선동 정치가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는 경제를 정치 논리로 풀어서는 안 되며, 당장의 고통 때문에 언 발에 오줌을 누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강소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핀란드의 성공에서 배운다 우리처럼 국토의 크기도 작고 부존 자원도 없지만 경제력에서 강대국과 경쟁할 만한 힘을 가진 강소국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서로 돕고 협동하며 강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폴더 모델’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룬 네덜란드, 외자 유치를 통해 경제 번영을 이룬 아일랜드, 북구 특유의 불굴의 정신‘시수’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한 핀란드 등은 한국이 나아갈 바에 한 길잡이가 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