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노무현 정부의 의미와 바람 2002 대선의 빛과 그림자 노 대통령에게 드리는 쓴 소리
1부 탈3김과 개혁의 정치 2부 참여없는 ‘참여정부’와 한국판 테르미도르 3부 탄핵과 자해의 정치
에필로그 노무현 2기에 바란다 ― 조용하지만 강한 개혁을
참여정부 1기 한국사회에 대한 보고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지난 1년 6개월 동안 한국사회는 수많은 혼란과 갈등에 떠밀려 표류해왔다. ‘참여’라는 수단으로 ‘개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리라는 다짐과 믿음이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혁다운 개혁을 하리라는 기대는 시스템과 코드를 찾느라 허둥대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서히 무너지고 말았다. 여당은 NEIS 사태, 집시법 개악, 새만금과 부안핵폐기장 문제,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갈등 등 주요한 개혁 과제마다 갈등을 증폭하는 해법으로 일관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오직 선거만을 의식해 지역주의를 부추기며 다수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수구적인 구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헛발질 개혁과 자살골 정치 참여정부가 탄생하는 데는 민주주의와 개혁을 완수하라는 국민의 기대가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참여정부 1기는 제대로 된 개혁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경제위기와 정치적 혼돈 속에서 수사와 구호만 난무한 요란한 ‘빈수레 개혁’이 되고 말았다. 헛발질 개혁인 것이다. 한나라당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한국정치의 부패와 무능을 상징하면서 오랫동안 누려온 제1당의 지위를 빼앗기기 직전까지 보인 행태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노무현 정권이 넣은 3골 짜리 자살골을 능가하는 10골 짜리 자살골이었다. 이 책은 노무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관계는 탄핵으로 상징되는 대립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핵심 사안에서는 협력자이자 동반자의 관계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한 뒤 시민사회와 함께 힘있게 추진하기보다는 ‘YS시계’에서 보여지듯 정치공학에 매몰돼 대립과 갈등만을 부추기는 모습은 과거 여당을 쏙 빼닮았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 1기의 한국정치를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누가 누가 잘하나”를 놓고 벌인 ‘잘하기 경쟁’이 아니라 “누가 누가 못 하나”를 다툰 ‘자살골 경쟁’이라고 규정한다. ‘헛발질 개혁’과 ‘자살골 정치.’ 노무현 참여정부 1기를 정리하는 키워드다.
빈수레의 개혁을 넘어서 이 책 ?빈수레의 개혁을 넘어서?는 노무현 정부 1기의 문제점을 냉철히 비판하고 다가올 2기에 애정어린 충고를 하기 위해 쓰여졌다. 애초 2003년 3월부터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손호철의 정치논평’에 실린 글들을 중심으로 ‘노무현 1기 주간 브리핑’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핵심 주제는 노무현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지만 한나라당의 문제점부터 이문열 같은 보수 논객들에 대한 비판,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의 문제 등 그때 그때 등장한 사회적 쟁점들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좁은 의미의 노무현 정부 1기 리포트라기보다는 노무현 정부 1기 동안의 한국정치와 한국사회에 대한 종합 보고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희망을 위해 ― 깊은 강은 조용히 흐른다 참여정부 1년을 이렇게 혼란과 무기력으로 보낸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개혁적이지 않고 보수적이었으며 여러 면에서 한나라당과 같은 노선을 취했는데도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 정부의 급진성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른바 ‘수구’ 언론의 공격 때문이라는 항변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공격이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데 있다. 탄핵 이후에도 드러나듯 노 대통령 자신의 파격적인 발언과 스타일로 상징되는 ‘형식의 급진주의’가 문제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의 충고는 간단하다. ‘깊은 강은 조용히 흐른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는 내용은 급진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개혁적이되 방식은 부드럽게 해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말고 잡음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조용하지만 강한 개혁’을 위해, 아직은 희망이 남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노무현 2기 리포트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는 이제 노무현 대통령 자신에게 달려 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