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산부인과를 개원한지 어느덧 20여 년이 되었다. 필자는 그동안 많은 여성들과 여성의 입장에서, 때로는 남성의 입장에서 상담을 해왔다. 특히 여성 성 기능 부분에 주력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부부생활에서 겪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하고, 다시 찾은 사랑과 행복 그리고 희망을 함께 나눴던 의미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 모든 시간들과 그때마다 느끼던 감정들과 작은 힘이나마, 그들을 도울 수 있었던 나의 지식과 식견, 경험을 토대로 한 권의 책을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가운데, 어렵게만 생각되는?성(性)?문제를 단순하면서도 깊고 정확하게 옮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요점을 개괄적으로 잘 표현하려 했다. 그래서 이 많은 이야기들이 독자에게 조금이나마, 자신의 성(性)생활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동안 만났던 많은 여성들이 필자의 미력한 힘으로나마 불행의 끈을 놓고 행복의 끈을 잡았길 바란다. 옛부터 우리 나라는 성에 대한 호기심을 여자가 밖으로 드러내는 일은 척박하다고 여겨 금기 시 해왔다. 성에 관한 교육이나 표현들도 민망하다고 여겨 쉬쉬하며?결혼하면 다 알게 된다?라는 식의?실전 경험?으로 배우는 교육이고 상식이었다. 더구나 여성들에게는 성(性)이란 근접할 수 없게 바리케이트를 친 것과 같은 사회였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는 정보사회의 발달로 성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의학적으로 너무 어렵게 설명이 되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운 정보나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성 지식이 범람하기도 한다. 또한 성의 지식이 전형 없는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건전한 성을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교육이 없어 단지 입으로 전해지는 성지식도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있는데, 문제는 지금의 어머니 세대들은 성(性)에 대한 자세한 지식 없이 결혼과 출산 그리고 생활 속에서 접해온 세대들이다. ?성(性)?은 인간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성스러운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천박하고 부끄럽게 여겨져 왔다. 여자가 결혼을 하여 부부관계가 시작되면 부부간의 성 문제가 대두된다. 부부관계는 복잡하고 아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이해를 해야만 한다. 또한 잘못된 성 상식은 부부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성생활의 주도권이 남자에게만 있다고 여겨, 아내에게 수동적인 자세만을 취하도록 요구하는 경우에서도 엿 볼 수가 있겠다. 남성의 성 기능 장애는 발기부전, 조루, 성욕저하 그 밖의 질병으로 인한 성장애가 주를 이루지만, 여성의 성 장애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개입되어 남성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은 일생을 살면서 크고 많은 이벤트 등을 겪게 된다. 결혼과 임신, 출산, 수유, 사춘기, 갱년기 등을 겪어가면서 여성의 성 기능은 직?간접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큰 고통과 변화를 수반하는 출산은 여성의 가장 큰 일이며 부부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출산 시 여성의 질은 산도 역할을 하게 되므로, 질의 변화와 수축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부부간의 애정을 확인하는 기관으로서도 중요한 역할도 한다. 그래서 출산 후에 부부관계가 소원해진다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 의욕이 저하되여, 갈등을 호소하는 부부들이 많다. 이런 부부갈등을 겪게 되면,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피해의식을 느낀다. 상담실의 한 의자에는 수많은 여인들이 무거운 고통과 갈등을 갖고 찾아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남녀가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사랑을 하며 산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처음부터 잘못된 인연으로 원수처럼 사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원앙새처럼 너무 간절히 서로 원하여 사랑하며 살아가는 부부도 있다. 흔하게 쓰이는 말이지만?불교에서 말하는 사람의 인연의 전생에서 수만 번을 스쳐야 이승에서 만난다고 했다?인연이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그리고 탈무드에서는 ‘하느님이 최초의 여자를 남자의 머리로 만들지 않았던 것은 남자를 지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로 만들지 않았던 것도 그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늑골로 만든 것은, 그녀가 언제나 그의 가슴 가까이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라고 했다. 그래서 부부는 가장 가까이에서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인연이다. 러시아의 작가이며 사상가였던 톨스토이는 ‘결혼을 신성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며, 진정한 결혼은 사랑으로 신성해진 결혼뿐이다’ 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악처로 유명했는데, 그만큼 결혼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위한 노력이란 것은 말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결혼 전에는 두 눈을 부릅떠서 살피고, 결혼 후에는 한 쪽 눈을 감아라’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의 뜻이 ‘결혼 후에는 모르는 척해라’ 라든가 ‘관심을 반으로 줄여라’ 하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 된 생각이다. 결혼 후에 한쪽 눈을 감으라는 것은 상대의 단점을 감싸주려는 노력을 하라는 뜻이다. 나만의 생각을 고집하고, 자존심을 지키려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상대에게 전가시키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다. 필자는 많은 부부들의 고통과 아픔들을 같이 하면서, 그들이 조금만 더 인내하고 서로의 아픔을 감싸안아주면서, 대화를 통해 갈등의 원인을 찾아낸다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부부갈등으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흘린 눈물들은 사랑의 아픔이며 성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눈물을 거두기 위해, 사랑을 찾기 위해, 이제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의 성을 과감하게 마주할 때이다. 여성의 성(性)은 너무나도 신비하여 성(聖)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모두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또한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노력으로 이뤄진 부부는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을 얻을 것이며, 가장 큰 축복을 받을 것이다. 이 책에서 필자는 여성의 섬세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여성이 실질적인 과제인 부부갈등을 실례로 독자가 답을 찾도록 유도하려 했다. 그리고 여기에 실은 임상 사례별 주인공들은 환자의 비밀을 최대한 보장하는 의미에서 성명, 나이, 직업, 장소, 사례를 변형했다. 그러나 모든 사례는 상담으로 접했던 사실을 근거한 이야기들이다. 이 한 권의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때론 타인의 시각으로 보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