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일보의 정명훈 기자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다. 각 신문에 뜬 부고에 그의 지인들이 놀라움에 빠지지만 정 기자의 죽음은 단순 사고사로 간주된다. 술에 취한 그가 대로에서 우연히 지게차에 부딪쳐 사망한 것. 하지만 센트럴 경제의 박종렬 기자는 학교 후배이기도 한 그의 죽음을 사고사라고 치부하기엔 이상한 점이 많다고 의심한다. 박종렬 기자는 결국 조심스럽게 정명훈 기자의 행적을 추적하기에 이르지만, 그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니라는 구체적 물증은 하나도 없다. 얼마 후, 박종렬 기자는 우연히 정명훈 기자가 남긴 취재노트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서초동에 소재한 건물의 등기부등본과 그 구석에 적힌 일련번호 A0405*0을 찾아낸다. 일본계 투자회사가 근저당자로 설정된 등기부등본을 찾게 된 것을 계기로, 박종렬 기자는 정명훈 기자가 채 해결 못한 진실 게임에 본격적으로 빠져든다. 외국계 자본이 우리제철을 인수합병하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언론은 국가 기반 산업의 중요성과 국부 유출에 대한 논란을 부추긴다. 이 때문에 우리제철의 주가가 계속 올라가지만 박종렬 기자는 우리제철의 주가 상승이 어떤 세력에 의해 조작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게다가 정명훈의 지난 동선을 따라 움직이다 만나게 된 정재계의 유력 인사들 탓에 이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간다. 유력 인사들 즉, 대선 후보인 강동호와 그를 조력하는 남상만 사장과 김철주 그리고 코리아드림증권의 김혁주 사장과 최해룡 전무 등에게서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 챈 것이다. 대체 그들과 정명훈 기자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 기자는 그들의 무엇을 알아낸 것일까? 한 기자의 죽음을 단초로 돈과 권력으로 얽힌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 섬뜩하게 그려지는 [여의도 전쟁, 판]은 한국의 증권시장과 정치판을 배경으로 권력과 돈을 향한 인간들의 탐욕을 리얼하게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애써 외면했던 대한민국의 추악한 진실
책에서 밝히고 있듯 저자는 지인 중 오래전에 죽은 한 선배를 모티브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 따라서 소설이 펼쳐지고 있는 시공간적 배경과 구성 요소의 많은 부분을 실화에서 착안했다. 물론 책 속에서 언급되는 사건과 인물들, 그리고 큰 줄기를 이루는 이야기 모두는 허구이다. 하지만 소설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현실 속 인물과 기업, 사건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소설은 이처럼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듯 넘나들며 소설적 재미와 현실과의 매칭에서 오는 짜릿함을 만들어냈다. 저자의 이러한 계산된 서술 방식과 서사구조는 글을 읽는 재미와 더불어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상기하게끔 하는 의도된 장치라고도 할 수 있다. [여의도 전쟁, 판]은 소위 작전이라고 불리는 증권가의 주가 조작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물론 단순히 등장인물들이 금융사기를 저지르는 일만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 기자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파헤치는 또 다른 기자를 따라가면서, 그 죽음 뒤에 감춰진 대한민국 금융과 정치에 얽힌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같은 편조차 속고 속이는 긴장감 백퍼센트의 반전이 계속 이어지고, 그 위로 사람들의 욕망과 인간성의 파멸을 그린다. 의문의 죽음과 사건들, 예상 못할 반전들의 등장이라는 스릴러의 주요 요소를 담으면서도 이 책은 금융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잘 활용하고 있다. 영화 ‘작전’을 통해 증권가의 작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대중에게 소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 실체가 제대로 알려진 적은 거의 없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보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이 ‘작전’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상당히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 전쟁, 판]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을 데리고 어떻게 그들을 부려 일을 시작하는지, 그리고 실제 작전이 주식시장에서 어떤 작동원리로 이루어지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당연히 주식과 증권에 관련한 지식과 매매 기술이 함께 소개되면서 증권시장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