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향, 부모님 2 현대의 태동 3 나는 건설인 4 현대자동차와 현대조선 5 주베일의 드라마 그리고 1980년 6 서울올림픽과 제5공화국 7 금강산과 시베리아 개발 8 애국애족의 길 9 나의 철학, 현대의 정신
이 땅에 태어나서-글을 마치며 정주영 연보
꿈을 현실로 이룬 사람, 정주영의 살아온 이야기
『이 땅에 태어나서』는 국졸이라는 학력으로 한국 제일의 기업 ‘현대그룹’을 일궜으며 한국 경제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정주영 명예회장의 자서전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주영이라는 한 개인의 성공담을 담아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인생을 읽는 것은 다름 아닌 일본 식민지 시대로부터 6?25 한국전쟁과 민족 분단, 군사 정권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읽는 것이며, 현대그룹의 창업과 현재에 이르는 성장 과정은 바로 한국의 경제 발전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총 438쪽에 이르는 이 책엔 정주영 명예회장의 출생부터 성장, 그리고 가출에서 시작된 고생담, 그에 뒤이은 성공담이 담담하면서도 활달한 문투로 그려져 있다. 특히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효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나, 아우들에 대한 각별한 형제애, 막노동판을 전전하다가 쌀가게와 광산에 손을 대게 되는 청년기의 정주영의 모습은 정주영의 인간적 모습과 품성을 엿보게 한다.
또한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서, 그야말로 無에서 有를 창조해간, '한강의 기적'을 선두에서 이끌어간 정주영의 경제적 감각과 놀라운 추진력에 접하게 되면, 정주영의 巨人적 풍모에 그만 압도되고 만다. 특히 한국의 다른 대기업들과는 달리, <현대>의 창업과 발전의 과정이 다름 아닌 한국 경제의 성장과 발전 과정 그 자체임을 뚜렷이 확인하게 되는데, 이는 <현대그룹>이 소비재 생산이나 수입 위주의 경제 활동 혹은 6.25를 전후해서 흔했던 탈법적인 수단을 통해 기업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中樞인 기간 산업을 일으켜 세우면서 국가와 함께 성장해왔음을 보여준다. 정주영의 창업과 기업 경영은 국가와 국민들에게 커다란 공헌을 했던 것이다. 이 자서전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동 진출에 따른 외화벌이(특히 건국 이래 최대의 해외 플랜트 受注 事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산업항 건설은 한국에서 중공업의 동반 발전을 꾀하는 계기가 된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 세계 최대의 조선소 건설, 자동차 산업 중흥 등등 한국 경제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경제인 정주영의 일생이 구체적이고도 드라마틱하게 그려지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정주영의 모습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92년의 대선 출마 전후의 상황이 솔직하게 나타나고(416쪽 이후), 김영삼 전두환 정부에 대한 따가운 질타(425쪽, 426쪽)와 함께 과거의 잘잘못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모습은 거인다운 그의 모습이 엿보인다. 또한 한국 정치의 자화상을 엿보게 하는 것도 이 자서전이 지닌 숨은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박정희 전대통령과의 因緣,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대통령들과의 惡緣 등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자서전이 보여주는 한국 현대정치사의 중요한 여러 장면이라 할 수 있다.
88 서울올림픽 유치 추진 위원장으로서의 정주영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바덴바덴에서 IOC 위원들을 상대로 벌인 활약상은 정주영의 추진력과 지혜와 성격을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유럽의 花園을 아예 송두리째 구입해 매일 아침마다 IOC위원들에게 꽃다발 선물을 하여 환심을 사고 마침내 올림픽 서울 유치에 성공하기까지의 드라마는 흥미로울 뿐 아니라 인간 정주영의 또 다른 면모를 인상적으로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 자서전의 아름다운 부분은 부모님에 대한 정주영의 효심이 드러나는 부분일 것이다.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치성을 드리는 모습과 그 기도문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정주영의 모습(21쪽), 아버지의 기침 소리에 대해 예민하게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대목(18쪽), 강원도 산촌의 농사꾼 아버지에 대한 思父의 마음(404쪽)으로 충남 서산에 4,500만 평 규모의 간척지를 만드는 대목(296쪽)은 대표적이다. 또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아내에 대한 살가운 정이 느껴지는 대목도 이 자서전이 보여주는 정주영의 인간적인 내면 풍경이라 할 수 있다.(412쪽 이후) 그리고 언론인이었던 아우 신영에 대한 깊고 훈훈한 형제애는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83쪽 이후)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