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녀를 욕망하는 사회―청소녀의 눈으로 본 원조 교제 한국에서 원조 교제가 현실적인 문제로 드러난 후 이것은 우리 사회의 성적 타락을 대표하는 징후로 진단되고 있다. 원조 교제를 고발하는 대중 매체들은 청소녀들의 문란한 성관념을 개탄하는 동시에 청소녀들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비난한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시각과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원조 교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원조 교제가 증가하는 사회적인 맥락과 청소녀 문화에 대한 긴급한 분석과 진단을 요구한다. 《길을 묻는 아이들―원조 교제와 청소녀》(책세상문고?우리시대 092)는 다양한 청소녀들과의 심층 면접을 통해 그들을 성매매로 내모는 사회적 요인을 분석하고,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또래 문화와 성의식을 소개함으로써 청소녀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를 통해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이 책은 청소녀들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그로부터 탈출하도록 지원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이 책에서는 ‘청소녀’라는 조금은 낯선 단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십대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청소년’으로 불린다. 그러나 성별을 명시하지 않는 낱말은 남성으로 대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원조 교제에는 성인 남성과 십대 여성들이 연루되어 있으므로 ‘십대이며 여성’임을 강조하기 위해 청소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놀이로서의 성, 돈벌이로서의 성 《길을 묻는 아이들―원조 교제와 청소녀》는 원조 교제를 하는 청소녀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호기심과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청소녀들이 경험하는 사회를 분석하고, 원조 교제를 중심으로 청소녀의 성의식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사회복지법인 선도보호시설 은성원의 입소자들과 생활하면서 심층 면접을 진행했고, 서울시 늘푸른 여성정보센터와 YMCA가 주관하는 거리 상담에서 다양한 청소녀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에서 묘사하는 요즘 청소녀들은 더 이상 성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성실한 학생과 착한 딸로서 학교와 가정에 충실했던 과거와 달리, 또래를 준거집단으로 삼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성을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이 아니라 놀이와 교환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청소녀들에게 원조 교제는 그들의 정체성에 그다지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는다. 이들에게 원조 교제는 자신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일시적인 수단일 뿐이며, 이들은 안정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성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을 이용한다.
원조 교제의 탈출구를 찾아서 《길을 묻는 아이들―원조 교제와 청소녀》의 논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 먼저〈제1장 청소녀의 섹슈얼리티〉에서 흔히 원조 교제의 수요자와 공급자로 여겨지는 ‘변태’ 아저씨들과 ‘까진’ 청소녀들에 관한 청소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청소녀들의 섹슈얼리티가 소비되는 양상을 밝혔다. 그리고〈제2장 청소녀들이 경험하는 사회〉에서 청소녀들이 원조 교제를 하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분석 틀로 조기 성애화, 소비 자본주의, 노동시장, 인터넷을 설정하고 이 안에서 청소녀들의 경험을 다룬다. 다음으로〈제3장 청소녀들의 문화〉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맥락 안에서 원조 교제를 하는 청소녀들이 성의 정치를 구현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들은 성 경험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청소녀들의 성적 행위가 도덕적 타락과 동일시되는 가부장적 성 문화에 대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제4장 원조 교제를 하는 청소녀들의 행위성〉에서 이러한 성의 정치를 통해 원조 교제를 하는 청소녀들은 자신들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을 간파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전략들을 시도하고 있음을 밝힌다. 또한 원조 교제를 하면서 받은 상처에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설계하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문화 · 정치적 방안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