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마음의 연구: 자아와 세계의 근원으로서의 아뢰야식]이 철학서적 전문출판 서광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우리의 심층마음인 아뢰야식이 어떻게 깨어 활동하는지, 아뢰야식이 어떤 방식으로 자아와 세계의 근원이 되는지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이 책의 저자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서양철학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는 불교철학을 공부하며 동서양 사상을 넘나들며 자신의 철학을 펼치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자경 교수이다.
‘의식’이란 개념은 보통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데, 하나는 마음의 ‘깨어 있음’이고, 다른 하나는 ‘의식하는 자’와 ‘의식되는 것’의 구분 위에서 성립하는 ‘대상의식’이 그것이다. 불교에서는 대상의식을 ‘의식’이라고 부르며, 신체적 감각인 5식 다음의 식이기에 ‘제6의식’이라고도 부른다. 불교에서는 대상의식인 제6의식이 우리 마음활동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제6의식 이외에 깨어 있는 식을 ‘제7말나식’ 그리고 ‘제8아뢰야식’이라고 부르는데, 이 중 제7말나식은 표층 개별자아의 의(意)에 기반을 두므로 제6의식과 마찬가지로 표층식이다. 반면 제8아뢰야식은 대상의식이 아닌 방식으로 깨어 있는 식이면서 제6의식이나 제7말나식보다 더 깊은 심층에서 깨어 있는 식이다. 이러한 심층마음, 제8아뢰야식이 자타무분별의 마음, 상대적 자아의 한계를 벗어난 절대의 마음, 주와 객, 나와 너, 나와 세계의 분별을 넘어선 무한의 마음이다. 이와 같이 일체 분별을 넘어선 절대평등의 진여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심층마음이며, 따라서 심층마음의 연구는 곧 아뢰야식의 연구가 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제1부에서는 안이비설신의 5근(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5감)을 통해 얻는 전5식과 주어진 감각에 대해 알아차리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제6의식, ‘나는 나다’의 자의식인 제7말나식, 가장 심층에 있는 식이자 본서의 핵심인 제8아뢰야식에 대해 설명한다. 제2부에서는 심층마음과 표층의식과 관련하여 여래장사상과 독일관념론, 세친의 사상과 칸트의 사상, 원측의 사상과 칸트의 사상 등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동서철학을 비교하는데, 이를 통해 심층마음의 경험 초월성이나 자각성에 대해 동양과 서양이 어떻게 서로 다른 사유를 전개해 왔는지 밝힌다. 제3부에서는 인간 및 세계를 오직 표층의식 차원의 존재로만 간주하는 사고체계인 실체론과 인과론, 의식론, 진화론에 각각 어떠한 한계가 있는지 다룬다. 제4부에서는 표층의식만을 자기 마음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떠한 믿음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어떤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지,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며 그것을 덜어 주고자 하는 자비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살펴본다. 제5부에서는 일심을 강조하고 일심을 증득하며 또 일심을 실현한 현대의 불교학자나 스님들 중에서 불교학자 김동화와 이기영, 한마음선원의 대행스님과 안국선원의 수불스님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모두가 ‘자유’라는 이름에 현혹되어 하나의 이념,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의 이념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며, "자유가 일체의 인간적 가치로부터의 자유여도 그게 진정 자유일까?"라고 묻고 있다. ‘심층마음의 자각’이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가 될 수 있는지, 나아가 우리의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이 책을 읽고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