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할머니는 릴리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 주셨어요. "아주 옛날이었단다. 사람들이 살기 훨씬 이전이었지. 바다에는 작은 산들만큼 크고, 밤하늘의 둥근 달보다도 평화로워 보이는 고래들이 살았단다……." 그 날 밤, 릴리는 고래들 꿈을 꾸었어요. 작은 산들만큼 크고, 바닷빛보다 더 푸른 고래들이 밤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둥근 달을 가로지르며 뒹굴듯 춤을 추는 고래들이 "릴리! 릴리!"하고 릴리의 이름을 보르는 소리가 바람결을 타고 들려 왔어요.
아이안 셀든의 시적이고 리듬감 넘치며 자연스런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이야기 게리 블라이드의 신비롭고 환상적이며 숨을 멎게 만드는 힘을 가진 그림
199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한 그림 동화 ‘고래들의 노래’는 시존의 그림동화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인다. 어린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주는 가장 오래된 방식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예 이야기이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시작되는 이 그림동화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는 어린이들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절묘한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다.
할머니와 할아버니의 대립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구별을 자연스레 환기 시키면서도 현실의 이면을 스며들어가듯 열어보이는 게리 블라이드의 그림은 그림 동화의 새로운 차원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오랜 편집자 생활을 통해 말의 경제를 체득한 다이언 셀든의 자연스럽고도 시적인 이야기와 게리 블라이드의 그림은 세밀한 묘사를 환상적인 영상으로 바꾸어 놓고 있어 어린이들이 가진 현실에 대한 감성적 접근 방식의 탁원한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그림 동화들이 단순한 그림을 통해 핵심적 장면을 전달해 왔던 데 비해 게리 블라이드의 세밀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은 감정을 전달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교삼을 통해 세계를 보는 보다 큰 생각에 이르게 하는 고래들의 노래에서 게리 블라이드의 그림은 환상적인 느낌 그 자체를 구현하고 있다.
옮긴이 고진하는 1987년 계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지금은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민음사) [프란치스코의 개들](문학과 지성) 등의 시집을 통해 시단의 중요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현직 목사이면서 시를 쓰는 일 외에도 어린이 책에 노력을 기울여 현재 [어린이 성경] 10권을 집필하고 있다. [고래들의 노래]에 나타나는 그의 깔끔한 번역은 다이언 셀든의 원작을 훌륭하게 되 살려 놓을 뿐 아니라 번역서의 느낌을 완전한 우리 말 리듬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