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으로 얻는 것과 잃는 것 따져보아야 할 때 한때 조기교육 열풍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었지만, 이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비춰볼 때 조기교육이 더 이상 '열풍'이나 '붐'에 그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2년 '아동발달백서'에서 밝힌 자료를 보면, 3살 때부터 글 읽기와 쓰기를 시작하고 4살 때부터는 영어를 배운다는 아이들이 50%를 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미술학원이나 피아노학원을 다닌다는 아이들이 20%를 조금 밑돌았다. 한마디로 이젠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부모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조기교육은 무엇이고, 지금의 조기교육으로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따져보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한편 이처럼 조기교육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유도하는 책 {똑똑한 아이, 줏대있는 부모가 키운다}(프리미엄북스 刊)가 출간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에게 본업은 '놀이'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키고 있는 지금의 조기교육이 정작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기교육의 가장 큰 폐해로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꼭 필요한 놀이 시간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이들에게 본업은 '놀이'이고, '조기교육'은 부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글자 읽고 쓰기는 기본이고 영어, 산수, 미술, 피아노 학원 등으로 이리저리 등 떠밀려 다니다 보면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다.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과 삐뚤어진 경쟁 의식이 낳은 지금의 조기교육으로는 아이의 집중력이나 창의력, 사고력, 지능 발달을 기대할 수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와 같은 것들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잘못된 조기교육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조기교육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마냥 놀게만 내버려둘 수 없다는 오늘날 자녀 교육의 딜레마도 인정한다. 취학 전 아이들이 익혀두어야 할 것들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단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조기교육 열풍 속에 감추어진 어른들의 이기심이나 자기 만족을 부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바람직한 조기교육이란? 이 책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조기교육이란, 유아 발달에 맞춰 아이 각자의 능력을 꽃 피우기 위한 조기교육, 일방적인 주입이 아닌 상호 작용을 중시하는 조기교육, 유아기 때 놀이의 중요성을 인정한 조기교육,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하는 조기교육이며, 이 모든 것들의 핵심은 바로 아이 중심의 교육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결과만 요구하는 '공부 잘하는' 교육이 아닌, 과정을 중시하는 '앎'의 기쁨을 자녀에게 부여하는 교육, 즉 '앎'에 도전하며 능동적인 아이로 키워줄 수 있는 그런 조기교육이 하루 빨리 활성화되는 데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확신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