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나’라는 존재의 역사적 연원을 찾아서 프롤로그_ 1995년, 북경 나의 ‘잃어버린’ 천 년
1부-나는 나의 조상들과 솔직하게 대화하고 싶다 960년, 고려 표대박이 황해를 건넌 까닭은 역사 속 그들과 만나고 싶다
1498년, 조선 그 흔한, 그러나 흔하지만은 않은 벼슬아치 이야기 표연말이 고맙다; 지식의 바다로 이끌다 물러나 있음의 길, 나아감의 길 시대착오적인 지식인이 그립다 1592년, 조선 역관 표헌, 당상관에 오르다 종심소욕從心所欲
2부-나는 역사의 관람객이고 싶다 1928년, 경성京城 할아버지의 커밍아웃 식민지 조선이 만들어낸 근대인 1945~1953년, 태백산맥 그의 장정長征 기억 저편의 전쟁 나는 역사를 몸소 살고자 한다
1961~1980년, 서울 그리고 광주 들어라 양키들아 그날이 오면 장군의 아들
3부-나는 지구의 만보객이고 싶다 2004년, 서울 도시 아이의 삼십육자술三十六自述 지구의 만보객漫步客
에필로그_나의 실험을 마치며 다시 찾은 나의 역사 남겨진 절반
작업 후기 ‘우리의 역사’를 넘어서 ‘내 역사’로
‘우리의 역사’를 넘어서‘내 역사’로 조상은 조상이고, 나는 나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저자가 조상들의 눈에는 분명히 버르장머리 없는 발칙한 후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상과 내가 완전히 뚝 떨어진 완벽히 별개의 존재가 아님은 저자도, 아니 이 책을 읽는 우리 모두도 다 알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조상은 조상이고 나는 나지만(!), 조상들 모두의 모습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조상들 모두가 있다는 논리를 편다. 즉 아버지란 한 세대 전의 나이며, 할아버지란 두 세대 전의 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비의 아비가 되고, 할아비의 아비가 되기도 하는 기이한 현상이 이 책에서 벌어진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우리의 역사’를 ‘내 역사’로 뜯어고치는 역할을 거뜬히 해 내고 있다. 아마도 표정훈의 이러한 글쓰기는 그만의 것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네 역사’이기도 하며 ‘또 다른 나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집단의 이름 안에 숨어 내 역사를 숨기기보다는, 내 역사를 드러내놓고 집단의 역사를 생각하는 표정훈식 역사 바로 세우기는 그 어느 누구도 자기 아버지(혹은 조상)를 죽이고 마치 공개 재판과 연좌제로 고통 받는 개인적 차원의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닌 그 아버지(혹은 조상)를 그렇게 만든 시대에 대한 고찰과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자는 미래를 제시하며, 미래를 살아갈 의지를 피력하게 한다. 결국 이 책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신창 표씨 가문의 총체적인 역사가 아니라, 표정훈이라는 한 개인의 내면에 자리를 잡은 표씨들의 역사를 표정훈식으로 풀이한 ‘내 역사’를 다룬 책이다. 어떻게 너와 나를 가르지 않고 우리 모두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이 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한편, 당리당략과 정치적 이념에 휩쓸려 종국에는 알맹이가 텅 비어 버린 ‘역사 바로 세우기’가 될지도 모르는 거대한 시대적 과제 앞에 한 개인이 바로 설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이루는 또 다른 나를 찾아서 역사의식, 간략하게 풀어보면 ‘역사적 존재로서 인간의 자각’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말의 의미를 이 책에서는 저자 표정훈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조상과 집안에 대한 사고의 변화와 족보에 대한 연구 과정을 통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간단치 않은 시대를 살았던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전체 시대상을 파악해 나갈 수 있다는 것, 한 인간은 그가 처한 시대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조금씩 다른 때에 일어난 무수한 사건들이 의외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 연결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등을 느끼면서 저자 표정훈은 ‘역사적 존재로서의 나’를 자각하고, 역사의식을 갖게 된다. 이것은 조상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나라는 존재 탐구가 아이러니하게도 족보의 신화를 벗어던지게 되는 데까지 이르게 만든다.
‘나의 천 년’이 남긴 유산 표정훈에게 있어, ‘나의 천 년’은 하나의 핏줄이 직선으로(linear) 이어져 내려온 천 년이 아니라, 이른바 ‘상상의 공동체’로서 신화화된 민족에서 상상과 신화와 허구를 벗겨내어 무수히 다양한 갈래의 핏줄들이 다양한 역사적 상황에서 얽히고 설켜 이루어진 ‘우리의 천 년’, ‘잡종의 공동체’가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자신의 족보와 집안에 대한 신뢰의 철회, 기원이라고 여겨왔던 것에 대한 의심을 시작하면서 표정훈 개인의 역사는 ‘신화 시대’에서 ‘역사 시대’로 넘어선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모든 것이 착종(錯綜)되는 상황에서 가뭇없이 사라진 기원의 신화, 족보의 신화를 대체할 새로운 ‘존재의 윤리’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에 대한 답까지 이 책에서 내리진 못하지만, 표정훈은 그것이 자신이 살아가야 할 앞으로의 삶 자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표정훈의 역사의식을 만들어준 조상들, 특히 이 책에서 언급된 그들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나는 나의 조상들과 솔직하게 대화를 하고 싶다’에서는 세 명의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