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르고 엉뚱하지만 늘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아르마딜로와 개성을 인정해 주는 아르마딜로 가족의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스타일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유쾌함과 메시지를 함께 전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블라다미르 라둔스키. 예의 기발함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이 책은 <10>에 이은 또 하나의 개성 넘치는 아르마딜로 가족의 이야기이다. 표제에 나온 ‘일등이 되고 싶은 아이에 관한 책’에서 알 수 있듯 아이의 마음과 행동을 잘 보여 주며 깊이 있는 주제로 마음을 두드리는 책이다. 작가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 주며, 다양한 기법과 다채로운 표현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가볍고 경쾌하게, 재미있고 신나게 풀어가며 아이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주인공은 열 형제 중 혼자만 분홍색을 띠는 여섯째 아르마딜로. 여섯 번째로 태어나서 여섯째라고 이름 붙여진 이 꼬마는 자기가 ‘첫째’라고 우겨댄다. 무엇이든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잘 하기 때문에 자신이 ‘첫째’이고, ‘최고’이고, ‘일등’이라는 것이다. 아르마딜로 가족의 소개가 끝난 다음 장부터는 이 여섯째의 독무대이다. 당찬 말투로 아이가 할 수 있는 귀여운 상상을 부풀려가며 줄기차게 모두를 향해 말한다. “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가장 용감하고, 가장 힘도 세고, 가장 빠르다”고. 다소 엉뚱하고 턱없는 상상까지 보태어 가며. 고양이 세 마리에 한 마리를 더해서 ‘다섯 마리’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인기 있는 친구 치즈맨이 평범하게 대답한 말을 자기가 일등이기 때문에 너무나 친절하고 멋지다고 표현하는 부분을 보면 이 꼬마는 좀 엉뚱하고 약간은 모자라기까지 하다. 형제들은 모두 녹색인데 혼자만 분홍색이라는 사실도 어쩌면 이 여섯째의 콤플렉스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여섯째는 전혀 기죽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첫째’라며, 자기가 늘 일등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다소 무모하고 가엾게까지 느껴지는 이 여섯째를 가족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 준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숙모 그리고 형제 아르마딜로 모두가. “그래, 너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익살꾼이고, 허풍쟁이고, 수다쟁이에 이야기꾼”이라고. 그리고 거기에 격려와 사랑을 담은 강한 긍정의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가장 꿈 많은” 아르마딜로이기도 하다고…….
담백하고 깔끔하게 내용을 전개하지만 전해지는 메시지는 강하다. 남과 다르고 좀 엉뚱하면 어떤가.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일등이 되려고 하는 것이 기죽어서 아무 것도 못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조금은 고집스럽고 엉뚱해도 아이가 가진 개성을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 아이만의 특성을 살려 준다면 그 아이는 분명 일등이 될 수 있다. 설혹 당장 물리적으로 보이는 현상에서 일등이 아니라 해도 마음으로부터 자신이 최고이고 인정받는 걸 안다면 아이는 분명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아이가 되는 것을, 우리는 안다. 작가는 콜라주와 생동감이 넘치는 일러스트, 그림과 분위기에 어울리게 디자인한 타이포그라피 등 다양한 기법과 숫자 세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치까지 빠트리지 않았다. 흥미를 돋우고 재미를 주는 요소를 최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넘겨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가득한 책. 책을 읽는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 큰 여운을 남겨 주는 책. 그래서 이 책은 보고 또 봐도 다시 보고 싶은 책으로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