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고통까지도 행복일 수 있는 것이 또한 사랑입니다.
사랑은 신호 없이 온다. 발자국 소리 하나, 조그마한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사랑은 와서 순식간에 우리들을 쾌락과 고통, 혼란과 후회의 불 속으로 집어던져 버린다. 그러나 그것은 둘을 만들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노을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고뇌는 달콤하고, 그 슬픔은 즐거우며, 사랑의 불에 타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사랑은 다만 사랑 하나를 가짐으로 해서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한다. 끝없는 상실 끝에 열리는 창(窓)이다. 마침내는 단 한 점의 착의(着衣)도 없이 자신을 완전히 내던졌을 때에 비로소 갖게 되는 우주인 것이다. 이렇게 쟁취한 우주는 그렇지만 자칫 변하기 쉽고, 잃어버리기 쉬운 가변성(可變性)이 있다. 사랑이 신호도 없이 달려와서 우리들을 뜨겁게 태워 버렸듯이, 우리들은 그 사랑이 우리들을 언제 떠나버릴까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절절한 우리들의 사랑.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그리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
우리는 어디에서나 사랑을 보고, 말하고, 듣고, 읽고, 쓰며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그 ‘사랑’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여기에 사랑을 시작하려는, 혹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사랑의 아픔에 힘겨워 하는 사람, 이제는 사랑에 지쳐 사랑을 체념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9명의 시인들이 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책은 허영자, 유안진, 문정희, 이향아, 천양희, 박현령, 김소엽, 김경희, 서경온, 이 9명의 시인들이 그들의 마음 갈피에서 찾아낸 ‘사랑’에 관한 글을 엮었습니다. 책의 구성은 각 장별로 시인들의 글이 서정적 분위기의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문에서 시인들은 인생의 선배로서 그들이 먼저 경험한 ‘사랑’을, 그리고 진지한 생각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허영자 시인은 예술가들의 사랑 얘기를 들려주며 여성의 멋에 대해 이야기하고, 문정희 시인은 “사랑에는 출발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출발만 있다”라고 말하며, 천양희 시인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자연(바위, 소나무, 바람, 물)과 사물(거울)을 대상으로 편지를 써 그것의 특징에 빗대어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서경온 시인은 이별편지를 통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 이별이 슬픈 상처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 탐스러운 열매가 익어가듯이 사랑의 결실이 맺어질 수 있다며 긍정적인 눈으로 이별을 바라봅니다. 유안진 시인은 글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사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그러므로 책을 펼치면 9명의 시인들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그리는 다양한 빛깔의 사랑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