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관심은 영어 그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영어 교육 풍토 때문에 갈팡질팡하는 우리 나라의 영어 학습자입니다."
『영어 공부 제대로 하자』의 저자인 이정훈은 런던 대학(SOAS)에서 아시아 지역학을 전공했고, 앞으로도 동북아 정세를 연구하고자 하는 학자이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전공을 뒤로 미루고 영어 교육에 관한 글을 쓴 이유는 단 하나이다. 학창 시절뿐 아니라 사회에 나와서까지 우리를 괴롭혀 왔고, 심지어는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어린아이들까지 고액의 강습료를 부담하며 학원에 보내야 하는,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영어 교육과 학습 문제, 거기에 휘둘려 시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이다.
- 나이 서른 넘어 다시 시작한 영어 공부
"유학을 결심하고 서른이 넘어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저는 중3 교과서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1985년 ||^서울 미 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의 주역이 영어책을 썼다. 당시 고려대 삼민투 위원장이었던 이정훈(李政壎, 39)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3년간의 옥고를 치러야 했고, 그 후 노동 운동가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유학길에 올랐다. 호주 국립 대학(ACU)과 런던 대학(SOAS)에서||^아시아 지역학||^을 전공한 그는 99년 9월 귀국하여, 전공 분야에 대한 연구를 잠시 뒤로 미루고 영어를 배워 나가는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온몸으로 겪은 영어 체험을 바탕으로 ||^한국인에 맞는 영어 학습법||^에 대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
-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쓴 글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여진 영어책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늦깎이로 다시 시작하게 된 그의 영어 탐험은 누구보다도 많은 실패와 고행의 연속이었다. 국내에서 영어 도사라 자칭하는 사람들의 방법론이나 학습 원리를 따라 공부했지만 말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었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을 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그 동안 우리가 믿고 따랐던 영어에 관한 속설들에 대한 냉정한 비판을 시작한다.
||^AFKN, 매일 들으면 들린다?||^||^LISTENING이 되면 SPEAKING은 저절로?||^||^문법, 공부할 필요 없다?||^||^유학 가면 영어 된다?||^||^영어는 미국인에게 배워야 빨리 는다?||^||^동시 통역사 가 배우는 방법이 최고다?||^||^나는 콩글리쉬 안 쓴다?||^
이러한 소제목들은 영어를 공부하면서 흔히 품게 되는 의문들이지만, 어느 책에서도 제대로 설명해 준 바 없는 내용들이다. 단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이, 그렇게 해야 영어가 쑥쑥 는다는 상업적인 구호들 속에서 난무하는 말들이다. 의문 부호 대신 느낌표를 달고서……. 따라서 저자는 솔직한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몇만 개의 단어가 읽기만 해도 저절로 암기된다든가, 실용성을 빙자하여 두 번만 읽으면 문법 또는 영작이 완성된다든가, 한 달이면 토익이 200점 오르고, 6개월이면 영어가 모국어가 된다는 환상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과학적인 영어 공부의 길 로 ||^배우는 사람 중심||^, ||^소리 영어 중심||^의 학습 방법에 심혈을 쏟는다. 그리고 영어를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영어를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 우리에겐 우리에게 맞는 영어 학습법이 필요하다!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특별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우선 명심해야 합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나 유럽 사람들이 언어를 배우는 방법과 우리의 교육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막연히 비싼 수강료를 내며 원어민(Native Speaker) 수업을 받는다든가 유학만 가면 영어가 저절로 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실제 우리 나라에서 강의하는 원어민이나, 외국의 어학 연수 프로그램에서 우리의 학습자가 겪는 문제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수업이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의 체험에 의하면 문법 등은 우리 나라의 학원이 더 잘 가르친다고 한다. 우리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기초로 우리의 영어병을 치유할 수 있는 단초로서 우리에게 가장 알맞은 한국형 영어 학습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 그가 말하는 한국형 영어 학습이란?
"우리 나라처럼 영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으며 영어를 배우는 나라에서는 소리 영어의 다양한 영역개발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의 현실적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무엇보다 우리가 받아 온 교육의 특성을 토대로 학습자들이 놓인 상황과 문제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영어 교육이 듣고 말하는 소리 영어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표현 영어를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새로운 영어 학습법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소리 영어||^와 ||^표현 영어||^를 위해 듣기(Listening)와 말하기(Speaking), 쓰기(Wrighting) 중심으로 한국형 영어 교육 프로그램이란 주제 하에 자세하게 정리하고 있다. 각 분야의 훈련에 있어 단계를 나누어 방법과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4가지 기능(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을 통합적으로 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듣기를 통한 읽기||^ ||^말하기를 통한 듣기||^등의 과학적인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여러 분야 중 말하기 훈련에 대한 부분만 실례로 든다면 다음과 같다.
많은 영어 교재에서 저명한 언어 학자 촘스키의 말을 인용하여 ||^듣기만 하면 말하기가 가능하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듣기는 듣기이고 말하기는 말하기일 뿐이다. 듣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어느 시점까지는 듣기와 말하기, 즉 귀와 입을 함께 훈련해야 두 분야의 실력이 같이 향상되는 것이다. 실제 저자는 호주 유학 시절, 듣기 실력의 향상은 체감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하기는 조금 복잡한 내용을 말하려 하면 적절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고, 조금만 연습하면 되겠지 했지만 2~3달이 지나도 큰 진전이 없었던 경험을 말한다.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그가 내린 결론은 아무리 듣고 읽어서 아는 표현이라도 말로 표현해 보지 않으면 절대로 입 밖으로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뇌 속에 묻혀 죽어 있는 말들을 부활시키기 위한 훈련으로 Shadow Speaking (나홀로 말하기) → Imitation ＆ Reproduction(모방과 재현) → Presentation(주제 발표)의 단계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아울러 토론 영어와 생활 영어의 특성을 살피고 그 특성에 맞는 학습 방법까지 아우르며 설명하고 있다.
- 새로운 영어 학습의 대안 ||^소리 클럽||^
"성인들의 영어 학습법은 학교 교육에서 배우는 아이들과는 달라야 한다. 이미 그들은 제도 교육에서 나름대로 ||^Input||^된 것이 많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Output||^시킬 것인가를 몰라서 헤매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내용을 더 많이 주입시키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들을 스스로 엮어낼 수 있게 도와 줘야 하는 것이다. 소리 클럽 활동에서 접한 프로그램이 바로 그런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 김영미, 4기 클럽 회원
이 책의 부제는 어느 반미주의자가 쓴 7년간의 영어 체험 보고서이다. 영어 체험 보고서라는 말은 단지 저자 혼자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책을 준비하면서 6개월간 소리 클럽 (www.soriclub.com)을 운영해 왔다. 그 속에서 저자는 소리 영어 학습 방법에 대한 실험을 거쳤고, 회원들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신을 얻었다. 책 속에는 소리 클럽에 참여했던 회원들의 글과 온라인 상의 질의 응답이 포함되어 있다.
- 대안 있는 논쟁의 시작을 위하여
"나이 서른이 넘어서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그 많은 영어 교재와 Tape 와 학습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 상품에 대한 평가 보고서 한 장 제대로 없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확인 안 된 민간 요법처럼 주위에서 효과를 봤다는 말만 믿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실정입니다. 영어 학습의 체계적인 정립을 위해서도, 영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영어 학습에 대한 논쟁과 평가 보고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엔 참으로 많은 교재가 있고, 저마다 귀가 뻥 뚫리느니, 토익 점수가 한 달만에 200점 오른다느니, 하며 무책임한 광고를 담고 있다.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영어 소비자를 혼란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논의들이 이제는 공적인 영역에서 검증되거나 그 가치를 평가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영어 시장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제대로 된 학습 방법이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때 비로소 한국의 영어병은 고쳐질 수 있을 것이다.
총 
멀티플라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