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최영애 교수의 6 . 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 <태양의 딸>이 (주)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최 교수가 처음 작가로 발을 내딛게 된 데뷔작으로, 책을 쓰게 된 동기가 흥미롭다. 평소에 저자는 정확한 스토리가 있고 장면이 생생한 기묘한 꿈을 많이 꾸었는데 그 꿈 얘기를 모두 기억해 놓았다가 글로 쓰게 된 것. 저자가 몇 년 전 겨울 방학 동안 미국에 머무를 당시, 불과 스무 날 만에 써낸 이 작품에는 중국 산똥 지난 지방에서 태어난 뒤 한국으로 건너와 성장한 자신의 자전적 모습도 함께 담겨 있다. 6 . 25 전쟁 당시 생활상을 주인공 아이의 눈으로 생생하고 재미있게 그려낸 현실 세계와,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조선 백자 연적이 이끄는 태양의 제국?나란나라?의 꿈속 세계가 맞물려 흥미를 자아낸다. 조국의 해방 소식을 접하고 중국에서 몰려들어온 동포 이야기에서부터 피란길에서 겪는 구더기, 회충 소동, 미군에서 초콜릿을 얻어먹던 배고픈 아이들의 모습, 제대로 된 교육 시설이 없어 겨우 천막을 쳐 놓고 학교 수업을 하는 천막 학교 이야기 등이 펼쳐지는 현실 세계의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이면서도 그 속에서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비참한 전쟁조차도 어린 동심의 꿈을 앗아가지는 못한 희망은 연적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통해 연결되는 꿈속 세계 나란나라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저자는 일곱 살에서 열 살까지 아이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사는 곳, 나라나라를 설정하여 꿈을 간직한 아이들만의 이상적인 세상을 그려낸다. 특히 이 작품에는 중국언어학을 비롯해 인간의 소리의 법칙을 공부한 학자답게 음성학적인 관심이 듬뿍 묻어난다. 꿈속 세계인 <나란나라>를 그릴 때 그 모델이 된 몽골 지방의 말을 풍부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저자는 조선시대의 몽골어 어학서인 <몽어유해(蒙語類解)>를 공부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흰 말을 뜻하는<챠간모리>, 샛별을 뜻하는 현인 별을 뜻하는 <오돈>, 흰 산봉우리를 뜻하는<쿠커쇼롱>, 바람을 뜻하는 악의 대신 살킨 또 원나라 때 중국에서 많이 쓰인 이름으로 부자 또는 풍요로운 자를 뜻하는 소년 바얀의 이름 등이다. 악의 세계인과 같은 단어 역시 입으로 또는 눈으로 보았을 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떠올리게끔 한글을 조합하여 만든 고유명사이다. 서양식 고유명사들이 우리 판타지 작품에도 많이 쓰이고 있는 요즘, 이런 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 최영애 교수와 도올 선생이 함께한 창작의 여정 중국에서 태어나 6 . 25 전쟁 기억을 가진 저자의 개인적인 역사 체험에다 저자가 평소에 꾼 기묘한 꿈속 이야기를 함께 담아낸 이 장편동화가 나오기까지, 부군인 도올 김용옥 선생의 역할이 컸다. 최영애 교수가 처음으로 작가로 발을 내딛을 수 있게끔 작품을 써 보라고 동기를 제공했고 더 나아가 아내를 위해 창작의 조언자로 기꺼이 나서서 작품의 교서(校序)를 맡기도 했으며, 작품 끝부분에 실린<뒷이야기>에서 이 작품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그간 창작의 여정을 얘기하기도 했다. 삼십 년 삶의 반려자이자 학문의 길을 함께한 두 사람이 이 작품으로 또 다른 창작의 결실을 맺게 되어 그 의의를 더한다.
피란길 속 령아의 모험 6 . 25 전쟁이 한창이던 때, 령아네는 미처 피란을 가지 못했다. 포탄이 여기저기 터지지만, 포화의 뿌연 먼지 속에서도 아이들의 꿈은 피어오른다. 숨바꼭질을 하느라 눈감고 있는 사이에도 정든 집들이 날아가 버리고 낯선 광경이 펼쳐진다. 령아는 평안도에서 피란 온 옆집 할머니 집에 갔다가 우연히 기기묘묘하게 생긴 자기 그릇 하나를 손에 넣는다. 바로 조선 백자 연적이었다. 이 연적에는 똑같은 얼굴, 똑같은 생김새의 두 동자가 그려져 있는데 한쪽의 동자는 해맑은 얼굴로 하얀 소나무 숲 밑에서 서서 두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지만 반대쪽에 그려진 동자는 벌판에 주저 않아 슬피 울고 있었다. 령아는 우연히 이 연적을 손에 쥐고 스르르 잠들면서 어느새 쌍굴다리 너머 낯설고 신비한 세계로 들어간다. 적송 숲과 백송 숲이 번갈아 나오는 그곳에서 동자와 똑같이 생긴 바얀이라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곳은 ?나란나라?로, 일곱 살에서 열 살까지 아이들이 순수한 아이의 마음으로 사는 곳. 하지만 나란나라는 지금 이웃나라인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동물을 함부로 살생하는 여왕에 의해 위기에 처한다. 바얀은 령아에게 령아가 바얀의 뒤를 이어 태양의 제국 나란나라의 칸이 될 바링이라는 사실을 얘기해 준다. 령아의 금빛 머리 한 줌이 바로 그 증거라는 것. 령아는 바얀의 말에 따라 나란 칸이 되기 위해 귀환 의식을 치르지만 실패하고 만다. 다시 꿈을 깨어 현실로 돌아온 령아는 엄마 언니 동생들과 함께 남쪽 진천으로 피란을 떠난다. 구더기와 회충이 들끓는 피란 생활이 시작되었다. 엄마를 따라 장사를 나가 보기도 하고, 아이를 팔아넘기려는 중국인 할머니에게 붙잡혀 보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천막 국민학교에 입학해 어엿한 학생이 되기도 하는 등 피란 생활의 갖가지 일상사가 이어진다. 한편 연적을 통해 다시 들어간 나란나라에서는 여왕이 보내 검은 소용돌이가 령아의 검은 고무신을 노린다. 그 고무신이 검은 소용돌이에 빠지면 령아는 다시는 이 세계로 들어올 수 없다. 때마침 바얀의 새, 고리매가 령아를 구해 주고 마침내 무사히 귀환 의식을 치른 령아 즉 바링은 여왕의 외아들인 캬갈, 그리고 바얀과 함께 떠난다. 캬갈은 어머니의 악덕에 반항하여 평화를 찾아 나란나라로 잠입해 들어왔던 것. 하지만 캬갈은 대신 살킨의 간계로 잡히게 된다. 바란과 령아는 힘을 합쳐 나란나라를 구해 줄 오돈 나라의 현인 데려온다. 여왕을 착하게 탈바꿈시키고 캬갈은 어머니 여왕의 자리를 물려받아 왕으로 오른다. 또한 바얀도 태양의 제국 다음 단계인 ‘헬리오’로 돌아간다. 마침내 현실로 돌아온 령아는 잠을 깨우는 아버지 품에 안기는 순간 연적이 산산조각 난다. 그리고 꿈속 모험에서 끝까지 놓지 않았던 자신의 고무신마저 고물장수한테 주고는 바얀, 그리고 나란나라를 유년의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