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는 친구 ‘레지’한테서 자기네 집에 자러 오라는 초대를 받습니다. 친구 집에서 잔 적이 한 번도 없는 아이라는 밤새 레지와 신나게 놀 기대감에 무척 들뜨지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이라는 고민에 빠집니다. 누나가 친구 집에까지 곰 인형을 가져갈 거냐고 물어보았거든요. 만날 곰 인형이랑 같이 자는 아이라는 그때부터 걱정을 합니다. 곰 인형을 가져가면 레지가 놀릴까 봐, 그렇다고 안 가져가면 잠을 못 잘까 봐요. 레지네 집에서 자기로 한 날 오후, 아이라는 레지를 잠깐 만나 곰 인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심스레 묻습니다. 그런데 레지는 왠지 아이라의 물음을 피하기만 하지요. 결국 아이라는 고민 끝에 곰 인형을 안 가져가기로 합니다. 저녁이 되자 아이라는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바로 옆집인 레지네 집으로 가지요. 레슬링도 하고 베개 싸움도 하며 신나게 놀던 아이라와 레지. 하지만 계획해 놓은 많은 놀이들을 몇 개 해 보기도 전에 레지 아빠가 방에 오더니 얼른 자라고 합니다. 아이라와 레지는 하는 수 없이 불을 끄고 눕습니다. 그러고는 레지가 무시무시한 귀신 얘기를 들려주기로 하지요. 깜깜한 방에서 무서운 얘기가 한창 이어지는데, 갑자기 레지가 이야기를 멈춥니다. 그러더니 레지는 뭔가 가져올 게 있다며 일어나는데…….
설레고 신나는, 하지만 걱정스런 바로 그날! 나는 친구네 집에 자러 간다! 우아, 밤새 떠들고 신나게 놀 수 있겠다. 그런데 어쩌지? 밤마다 안고 자는 곰 인형을 가져가야 하나? 친구가 놀리면 어떡하지? 으, 걱정이다!
처음으로 친구 집에서 잠을 자게 된 아이의 설렘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생활 동화입니다. 귀여운 캐릭터와 익살스런 반전이 웃음을 짓게 하지요.
새롭지만 보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 처음으로 친구네 집에 자러 간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무척 색다른 경험일 것입니다. 자신의 유일한 울타리인 가족과 집을 단 하룻밤이라도 떠나는 것이기에, 신나고 설레는 모험인 한편 두려운 시도이기도 하지요. 이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만한 이러한 경험이 아이들에게 안길 여러 감정과 흥분을 긴장감 있게 보여 줍니다.
‘애착’과 ‘분리 불안’이라는 아이들의 심리를 : 아이들은 보통 친근한 사물 한두 가지에 ‘애착’을 갖습니다. 대개 유아기 땐 엄마에게 애착을 갖다가, 크면서는 담요나 인형 같은 사물에 애착을 갖지요. 그래서 그것들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고 특별한 감정을 품기도 합니다. 이럴 때 애착의 대상과 한동안 떨어지게 되면 아이들은 ‘분리 불안’을 느낍니다. 그 불안은, 역설적 심리인 분리 의지와 함께 잘 다스려져야 하지요. 이 작품은 아이들의 그런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반영합니다. 또 열려 있지 않은 자기 생활이 친구에게 처음 노출되면서 겪는 낯설음도 담아내지요. 그러면서 아이가 불안감을 잘 다스리고 소중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보편적인 소재와 익살스런 에피소드로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과 안정감 있는 결말을 자연스럽게 엮어 들려줌으로써, 또래 아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내고 간접 경험의 폭을 넓혀 줄 것이라 예상되는 작품입니다.
따뜻하고 정감 어린 그림과 함께 : 이 작품의 그림은 따뜻하고 정감 있는 작품의 분위기를 검정색과 빨간색, 녹색, 노란색만으로 잘 살려 냅니다. 선이 굵고 많지만, 네 가지 색의 조화가 단순한 느낌을 주며, 인물의 심리를 잘 살린 표정은 글에서 느껴지는 익살스러움을 한층 높여 주지요. 아이들의 보편적인 경험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묘사하여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그림책 작가 버나드 와버의 역량이 한껏 드러난 작품입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