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깨어나는 청류 사림 어리석음 뒤에 숨다 숨어 있게 내버려 두라 만경창파에 첩첩 산들이라
7장 반정 모의 두 개의 화살이 한 과녁을 맞히듯 혁명에는 붓보다 칼이 필요한 법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백성을 배반한 왕이란
8장 반정 전후 하늘과 시간은 우리 편 세상이 바뀌다 폐주와 함께 죽는 자 없으니 욕심의 끝 어두운 임금, 밝은 임금 어제까지 태평성대라더니
9장 새 세상의 아침 폐주를 측은하게 여기다 누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가 마음속의 아내 다시 부는 역모의 피바람
10장 끊이지 않는 역모 그 집 물을 마신 것이 부끄럽다 빛이 있어 그림자도 있다 소인배들 세상 반정동지를 내팽개치다 혀와 이
11장 지치(至治)의 꿈 상수리나무처럼 쓸모없는 사람 탐관오리가 되는 공부 천재 안견의 비겁한 꾀 임금의 진퇴양난
길을 잃었거든 옛 선비들에게 물어라!
하늘의 도를 아는 자, 길을 찾고 새 세상을 열리라 조선 선비의 영원한 표상 조광조와 탁한 세상을 맑히려 했던 청류사림(淸流士林)들이 역사 속에서 걸어 나와 이 시대에 던지는 준엄한 꾸짖음
▣ 백성을 위한 ‘하늘의 도[天道]’를 펼치고자 했던 고결한 선인들에 대한 기록
정찬주 장편 역사소설 『하늘의 도』(전 3권)가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하늘의 도』는 세조의 왕위 찬탈, 연산주 시대의 전제와 학정, 중종반정으로 이어지는 조선왕조의 파행적 정치사 속에서 백성을 위한 왕도정치를 주창했던 청류사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조선 역사 속 반대 세력에 의해 참혹한 화를 입었던 3대 사화 -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 를 중심으로 군주와 백성, 왕권과 신권, 훈구파와 사림파의 복잡하고 첨예했던 대립과 갈등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그 어지러움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구조적 모순이 무엇이었는지 반추할 수 있는 계기를 열어준다.
『하늘의 도』 2권 ‘깨어나는 청류사림’은 폭정으로 인해 연산주를 폐위시켜 진성대군을 왕으로 추대한 ‘중종반정’이 일어나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이 샘솟는다. -----
▣ 근본이 바로 서는 나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했던 조광조
『하늘의 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건은 조선 역사 속 조광조의 등장이다. 34세라는 당시에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관직에 입문하여 중종의 신뢰와 총애 속에서 초고속 승진과 반대 세력을 숙청하는 데 승승장구하던 조광조는 불과 4년 후인 38세에 기묘사화로 중종에게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난다. 후인들은 조광조에 대해 사림파와 훈구파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무리하게 개혁 정책을 추구하다 실패한 정치가라든가, 조선 유교 사상사를 주도한 사림의 정신적인 표상이 된 사상가라든가 하는 극단적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조광조의 공과 실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그가 조선 역사에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정치 상황과 그가 이루려고 했던 이상향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당시 조선은 세조 때의 정난공신(靖難功臣)을 비롯하여, 연산군을 폐위시키고 진성대군을 왕으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정국공신이 된 훈구파들이 정국을 주도하여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각종 특권을 독차지하면서 부정부패를 일삼고, 민생을 어지럽혔으며 급기야 왕권에 위협을 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때 김종직의 학통을 이어받은 김굉필의 문하에서 가장 촉망받았던 조광조가 중종 10년(1515)에 성균관전적으로 조정에 첫발을 내딛는다. 그가 ‘수신’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으며 학업에만 전념해 오다 현실 정치에 뛰어든 데에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하늘의 도’가 땅에 떨어진 위기와 혼란의 시대로 규정짓고, 유교적 이상 정치를 조선의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함이었다. 민생을 안정시키고 훈구 대신들을 견제하여 왕권을 안정시키려고 했던 중종의 입장과 부합하여, 조광조는 그의 동지들과 함께 개혁을 단행해 나갔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사장(詞章)에만 치중하고 있던 과거제의 폐단을 혁신하고 좀 더 폭넓은 인재 등용을 목적으로 현량과를 설치하여 많은 신진사류를 등용하였다. 또한 도교의 제사를 맡아보는 소격서를 폐지하여 미신타파에 힘쓰고, 정몽주를 문묘 배향함으로써 조선의 유교를 재정립하고자 했다. 조선 궁중과 지방 관청에서 여악을 없애고, 민생 안정을 위해 내수사의 고리대 등을 폐지해야 함을 주장했으며, 향촌 질서의 수립을 위해 성리학적 윤리에 입각하여 권선징악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향약을 보급시켰다. 마지막으로 훈구파를 외직으로 몰아내는 한편, 급기야 1519년에 이르러서는 정국공신의 위훈삭제를 단행하여 117명의 정국공신 중 78명에 대하여 훈작을 삭제하였다. 이러한 개혁의 밑바탕에는 조광조를 필두로 한 청류 사림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이상―성리학으로 정치와 교화의 근본을 삼아 중국 3대의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하는 이른바 지치주의(至治主義)에 입각하여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지치를 이루면 저절로 소인배들이 발을 못 붙이고 민생이 안정될 것이라고 믿은 굳은 신념 때문이었다. 이들 조광조와 사림파의 개혁은 왕(중종)과 권신(權臣)들의 필사적인 이해관계 안에서 기묘사화를 부르며 다시 한 번 좌절되어 버리며, 조광조와 김식은 사사당하고 그의 수많은 동지들은 귀양을 가거나 관직을 삭탈당한다. 그러나 조광조의 죽음은 정치적 죽음이었을 뿐이다. 조광조는 그가 몸소 보여준 유도를 통해 실천유학의 시조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그의 도학 정신은 후세에 계승되어 이황과 이이 등의 유학자에게 영향을 주며 조선왕조의 유교적 이념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 초심을 지켜 나간 조선의 강개한 선비들의 이야기, 그 진한 묵향
저자는 『하늘의 도』에서 ‘수신’에 힘써 군자에 이르고자 학문에 정진했던 옛 선비들의 노력의 모습과 어떠한 외압 속에서도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송죽같이 굳은 절개를 생생히 담아내면서 소설의 정취를 한껏 살려 내고 있다. 연산주 시절 무오사화로 유배당한 김굉필은 ‘그렇다. 내 할 일이란 비록 유배지이지만 제자를 기르는 것이다.’라며 하늘의 도가 넘쳐 나는 군자의 나라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불태운다. 정여해는 제자 구두남에게 연산주의 시대가 “캄캄한 밤하늘”이나 그 밤하늘에도 크고 작은 별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으니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반짝이는 별이 되라.”고 말한다. 주검 같은 밤을 지키는 것은 이름 없는 수많은 별들이기 때문이었을 터이다. 김굉필이 사약을 앞에 두고 수염을 손질하여 입에 물면서 “이것까지 상해를 받을 수 없다.”면서 저승에 계신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게 수염 한 올까지도 온전하게 보존하려고 한 모습이라든가, 갑자년에 사형을 당한 권달수가 죽은 뒤라도 간사한 자들이 몰락하는 것을 자신의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내가 죽거든 시신에서 내 두 눈을 뽑아주시오.” “옛날부터 참소하는 간사한 자가 임금의 악함을 막지 않고 어떻게 선비들을 해치고 제 몸을 보전하는지 죽고 난 후라도 보고 싶소.”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유도를 추구했던 옛 선비들의 비분강개한 모습이 절절히 스며 나온다.
또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소설적 재구성에서도 기존의 사림을 대표하는 정몽주와 길재의 학풍을 이어받은 김종직에서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는 물론이고, 이들에 비해 그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던 김식, 김정, 박상, 기준, 그리고 양팽손 등 후세에 기묘명현으로 칭송받은 여타의 청류 사림들에 대해 재조명하면서 소설에 풍부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조광조와 같은 해에 급제하여 기묘사화로 사직당하기 전까지 조광조의 든든한 지기 역할을 해주었던 학포 양팽손의 일례를 들면, 그림에 능했던 양팽손이 생원시를 보기 위해 서울에 가는 도중 한 대갓집에 들려 숙식의 대가로 꿈에서 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주는데, 주인이 그 그림을 보고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보는 것 같다고 감탄하자, 자신이 안평대군을 배신한 비겁했던 안견과 비교되는 것에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의 그림을 단번에 구겨버리는 모습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