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생명이 나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할아버지 연세는 백여섯. 나는 여섯 살. 할아버지는 나랑 딱 백 살 차이가 난다. 우리 할아버지는 아주 오래 살았고, 훌륭한 일도 많이 하신 진짜 멋진 분이다. 할아버지는 어느 날 아침, 조용히 숨을 거두셨다. 할아버지는 106년 살고 돌아가셨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살아오신 길은 나에게로 이어진다.” 여섯 살 난 아이가 보는 세상은 자기가 중심이 되어 돌아간다. 엄마, 아빠는 처음부터 나의 엄마, 나의 아빠로 태어나서 나를 돌보아 주는 사람들인 것 같다. 또한 할아버지는 늘상 ‘할아버지’로 살아오신 것 같다.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을 알 리가 없다. 그리고 나는 원래 그 분들에게 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존재이며, 세상은 이처럼 ‘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의 위치와 역할 또한 나를 중심으로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할아버지도 아기였고, 나같이 어린 시절이 있었고, 아빠가 되고 또 할아버지가 되는 과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여섯 살 난 아이가 믿기는 어렵다. <우리 할아버지는 106세>의 주인공 켄이치. 여섯 살 난 켄이치는 백여섯 살이신 고조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고조 할아버지와 켄이치는 나이가 백 살, 한 세기나 차이난다. 켄이치의 눈에 집안의 가장 손위 어른이신 고조 할아버지는 몸집이 작고, 지팡이를 들고 다니시며, 자주 주무시고, 돋보기를 들고 책을 읽으시는 그야말로 나이 드신 할아버지다. 하지만 켄이치는 그런 할아버지도 106년 전엔 갓난 아기였고, 어른이 되어 혼인을 해서 아기를 낳았고, 그 아기가 혼인을 해서 손자를 낳았고, 그 손자가 혼인을 해서 증손자를 낳았고, 그 증손자가 혼인을 해서 고손자인 켄이치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 할아버지가 예전엔 교장 선생님도 하셨고, 마을 이장님도 하셨고 이웃 사람들을 잘 보살피셨던 분이었다는 얘길 듣고, 켄이치는 할아버지가 오래오래 사신 정말 멋지신 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지금은 계속 주무시지만, 나이가 아주 많으신 할아버지는 주무시면서 다른 일도 하실 수도 있고, 천국에도 쉽게 가실 거라고 증조 할머니가 말씀해 주셨다. 100년 넘게 사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켄이치는 자기보다 백 살이나 많으신 할아버지가 정말 굉장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아침, 혼자 계실 때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이렇게 멋진 고조 할아버지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경험하면서 켄이치는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 자신도 할아버지가 살아오신 것처럼 언젠간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될 것이고, 훌륭한 일도 할 것이라는 삶의 순리를 생생하게 배우며 깨닫는다. 이 작품에는 여섯 살짜리 아이가 자기가 중심인 세상의 구조를 깨고 할아버지와 그 조상 분에게 생명을 이어받았고, 자신 또한 자손들에게 물려줄 생명의 끈에 서 있음을 스스로 알아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아이가 낙서한 듯 자유롭고 익살스런 그림 꼭 아이가 낙서한 것 같은 자유로운 선에 물감과 크레파스를 이용한 채색은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그대로 스케치북에 옮겨 놓은 듯 거침없고 재미난다. 그러면서도 그림만 보고도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는 자세한 표현과 보면 볼수록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은 그림이 그림책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할아버지의 과거 모습을 상상하여 한 폭 가득 그려 놓은 그림 속엔 그 당시 풍경, 학교, 동물들, 기모노를 입은 아이들의 모습이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한편 간결한 이 작품의 문체와 단순하게 그린 선과 색이 잘 어울려 그림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