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눈, 검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가진 안네는 명랑하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소녀였다. 하지만 독일계 유대인이었던 안네는 당시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있던 불안한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소외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일들을 겪어야 했다. 이런 핍박을 피해 안네의 가족은 네덜란드로 이사를 가게 되지만 그 곳에서도 유대인에 대한 히틀러의 핍박은 커져만 갔다. 마침내 언니 마고에게 날라 온 근로 봉사 통지를 계기로 안네의 가족은 어느 낡은 빌딩 속 은신처로 숨어 들어가게 되었다. 똑똑하고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섬세하고 예민한 소녀였던 안네는 일기장에 비밀을 털어 놓으며 힘들고 답답한 은신처 생활을 견뎠다. 안네는 일기에 은신처의 생활 뿐 아니라, 피터에 대한 사랑, 사춘기 시절의 여러 생각, 창문 사이로 살짝 내보이는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 전쟁 후의 삶에 대한 희망 등을 모두 적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 갈 즈음 안네의 가족들은 익명의 신고로 독일 경찰에게 잡혀 수용소에 끌려가게 되었고 전쟁이 끝나 살아 돌아온 사람은 안네의 아빠, 프랑크 씨뿐이었다. 그리고 미프 아줌마가 숨겨 놓은 안네의 일기만이 프랑크 씨에게 돌아왔다. 아주 평범했던 소녀, 안네 프랑크는 짧은 생을 그렇게 마감했지만 이후 안네의 일기는 출간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소녀 안네의 일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고 생생하게 보여 주는 그림책 개구쟁이 소녀 안네가 나치를 피해 이 년 넘게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며 겪은 이야기를 쓴 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안네가 집에서는 가족들과 어떻게 지냈을까요? 또 친구들과 놀 때나 교실에서 공부할 때는요? 안네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삶을 그렇게 생생하게 적어 놓은 까닭은 뭘까요? 안네는 왜 그렇게 어린 나이에 비참하게 죽어야 했을까요?
세계 60여 개 국어로 번역되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하나인 ‘안네의 일기’는 일기를 쓴 안네 프랑크의 ‘평범한’ 행위가 당시의 ‘특수한’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잘못된 역사를 폭로하고 고증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더불어 한 개인의 사상과 생각, 삶을 고스란히 담아 낸 그녀의 일기는 문학이며, 전기이며 역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토록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이처럼 안네의 일기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안네가 쓴 일기가 아닌, 안네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일생을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그린 작품은 지금껏 출간된 어린이책 가운데 거의 없었다. 이 그림책 <안네 프랑크>에서 작가는 흥분하지도, 화를 내지도, 슬퍼하지도 않는 담담한 문체로 안네를 따라다니며 지켜본 듯이 이야기를 전개한다. 히틀러에 대한 어떤 판단도, 당시 독일 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히틀러가 왜 유대인을 미워했는지, 어떻게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는지, 유대인이 당시에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를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안네의 탄생과 죽음, 생전에 겪은 사회적 경험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주는 작품이라 객관적인 시선으로 작품과 인물을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안네의 성장 과정과 가족사를 통해 한 개인의 삶은 역사와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과 제국주의와 인종 차별주의가 난무하던 시대의 혼란기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그와 함께 어린이 독자들은 명랑하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던 안네가 은신처의 생활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피터에 대한 사랑을 적으며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고, 이 년 넘게 숨어 지내던 은신처로 찾아든 독일 경찰이 등장하는 장면은 층계로 올라오는 그들의 발소리가 들리는 듯 숨이 턱 막히게 긴장감이 흐른다. 그리고 미프 아줌마가 안네의 일기장을 안네의 아빠 프랑크 씨에게 건네주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서늘하게 내려앉는다. 불행한 시대에 나라를 위해 싸우지도, 저항하지도 않았지만 암울한 시대에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희망을 일기란 형태로 흔적을 남긴 소녀의 삶을 통해, 극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평화를 갈구한 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이 세상에 감동을 주는지를 그림책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한편 전체적으로 약간 어두운 색 톤을 사용한 안젤라 배럿의 그림은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과 안네의 슬픔, 아픔, 우울함을 대변한다. 주로 한 면 가득 그린 그림은 장면마다 극적이고 상징적이다. 핍박받는 유대인의 모습, 노란별을 가슴에 달고 있는 유대인들, 은신처와 작은 다락,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안네의 공허한 표정과 일기장을 건네받는 아버지의 슬픈 얼굴을 과장하지 않고,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서 <안네 프랑크>의 문학적 완성도를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마지막 페이지에 나와 있는 안네의 가족과 당시 중요한 시대 변화, 사건이 나열된 연대표는 검증된 역사적 사실로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사건들을 보여 주며 작품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박물관 주소, 웹사이트 등은 안네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거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더 알고 싶어 하는 어린이 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