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맨 마지막이 나 2. 잃어버린 단추 3. 엉터리 진단 4. 고등어잡이 배 선장 5. 깊고도 큰 죄 6. 사랑을 위하여 7. 파키토 메디나는 외계인 8.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모라 9. 세계 평화를 위해 10. 생일 축하해요 할아버지
옮긴이의 말
아이의 전형적인 모델, 마놀리토 탄생! 에스파냐는 물론,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번역 출판돼 유럽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마놀리토' 이야기 두 권이 나왔다. '마놀리토'는 1988년 에스파냐 국립 라디오 방송국의 라디오 매거진 프로그램에 캐릭터로 처음 선을 보인 이후, 출판계와 방송계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엘비라 린도에 의해 1994년 동화책으로 출간되어 일약 인기 동화가 되었다. 마놀리토란 아이와 그의 가족, 이웃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엮은 '마놀리토' 시리즈는 현재 에스파냐에서 5권의 책과 3개의 오디오북으로 출시되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1999년에는 <동글동글 안경잡이 마놀리토>가 에스파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출간 된 이후 에스파냐의 모든 초등 학교의 권장도서가 될 만큼 폭넓은 사랑을 받은 '마놀리토' 이야기는 어린이의 보편적인 행동과 심리를 실감나게 담고 있다. 으레 그 또래 아이들이 할 법한 짓궂은 장난과 친구와 형제에 대한 질투 어린 모습은 재미와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또 책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편안함을 주기에 적당할 만큼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엮어져 있는 데다, 마치 친구가 옆에서 들려주는 듯한 1인칭 화법이 책 읽는 재미를 한층 북돋운다. <동글동글 안경잡이 마놀리토>가 에스파냐 카라반첼에 사는 여덟 살 남자 아이 마놀리토에 대한 본격 소개서라면, <꿈꾸는 수다쟁이 마놀리토>는 가족과 친구에 대한 마놀리토의 깜짝 공개서이다. 엘비라 린도는 <꿈꾸는 수다쟁이 마놀리토>로 1998년 에스파냐 어린이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동글동글 안경잡이 마놀리토>에는 땅딸막하고 똥똥하고 두툼한 안경을 쓴 마놀리토가 친구들과 가족과 함께 엮어 나가는 열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친구들로는, 늘 못살게 구면서 '안경잡이'란 별명을 붙여 준 왕허풍쟁이 이아드와 늘 속바지를 새까맣게 만드는 엽기소녀 수사나, 당나귀 귀처럼 이상한 귀를 갖고 있는 데다가 늘 어리벙벙하고 굼뜬 로페즈, 외계에서 온 것 같은 깔끔한 우등생 파키토 메디나가 있다. 가족은 때리기 명수인 엄마와 제 형을 영웅으로 여기며 졸졸 따라 다니는 동생, 마놀리토가 벌인 웃지 못할 사건들을 늘 척척 처리해 주시는 해결사 할아버지, 그리고 마놀리토의 미래상인 땅딸막하고 동글동글한 아빠다. 이 책 속에는 마놀리토가 안경잡이라고 불리게 된 사연부터 아파트 할아버지 생일 잔치 사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들이 전개된다. 전편 <동글동글 안경잡이 마놀리토>가 마놀리토와 그의 가족, 이웃과 친구들 사이에 일어난 작은 소동들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꿈꾸는 수다쟁이 마놀리토>에는 가족과 친구, 이웃에 대한 마놀리토의 솔직하고도 대담한 속내들이 잘 드러나 있다. 질투 때문에 동생 생일 사건에 일어난 선물 값 사건, 동생을 잃어버린 일, 모처럼 토끼 한 마리를 기르게 된 사연과 이후 벌어진 끔찍한 결말, 왕년의 뚱보 헤시카와 유도 시합하며 남녀 평등을 부르짖었던 일, 몽유병 환자처럼 정신을 잃고 대낮에 다닌 일, 종잡을 수 없는 별난 여자 아이 멜로디 마르티네즈를 사귀게 된 일 등 이 책 속에는 마놀리토의 희노애락이 감동과 웃음으로 잘 녹아 있다.
솔직하게 묘사된 동심의 세계, 가족의 일상 '마놀리토 이야기'가 보여주는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아닌 척하고 잔머리 굴리는 어른들의 세계와는 달리, 동심 속에 담긴 인간의 본성을 곡해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엄마가 자기 생일 때보다 동생 생일 때 더 돈을 많이 썼을 거라는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다정히 간식을 먹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 보기도 하고, 자기의 정신력이 버스를 멈췄다고 착각할 만큼 무모한 면도 있는 마놀리토. 마놀리토는 때때로 때리기의 명수인데다 첩보원보다도 더 눈치가 빠른 엄마가 영화 속에 나오는 미국 엄마들처럼 다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기도 하고, 허풍쟁이 이아드 녀석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순간에도 자기가 에스파냐 국왕이 되어 텔레비전에 나오는 공상을 즐길 만큼 산만하기도 하다. 왜 늘 자기한테만 심한 꾸중이 떨어지는지 의구심을 갖는 아이다. 어린아이는 착해야 하고, 천진난만해야 하고, 정의를 꿈꾸어야 하고, 불쌍한 이웃을 돌봐 주어야 한다는 교훈적이고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보다, 작가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어린이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마놀리토 이야기' 속에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의 모습도 무척이나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지갑을 가볍게 하려고 날마다 잔돈을 아들에게 주고, 친구와 전화 통화로 수다를 떨려고 일찍 아이들을 잠재우고, 아파트 벽에 줄을 그은 마놀리토의 터무니없는 장난에 당장 페인트 값을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이나, 마놀리토의 말썽을 늘 덮어주고 처리해 주는 의젓한 신사 같지만 때로는 길거리 행진 행사에 봉을 돌리는 누나들의 하얀 다리를 보려는 할아버지의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일하러 나가기 싫어서 감기 걸린 아들에게서 감기가 옮기를 바라는 아빠의 모습은 그야말로 우리 어른들의 현실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작가는 어른과 어린이가 한 집에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파란만장하고 좌충우돌한 일상을 그려내는 가운데서도, 그 안에 깔린 가족과 이웃간의 풋풋한 사랑을 결코 잊지 않았다. 푼돈을 걱정하며 조붓한 집에서 사는 서민 가족에 불과하지만, 마놀리토네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은 결국 서로를 덮어주고 위로해 주고 아껴주는 가족간의 사랑으로 해결된다. 엄마는 늘 동생만 예뻐하고 아낀다고 생각하던 마놀리토가 정작 자기가 아파 쓰러졌을 때 가장 크게 울부짖은 사람이 엄마였음을 알게 되듯, 마놀리토 가족의 일상은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적이 없을 만큼 치고 박고 투덜대고 섭섭한 일들로 가득 차 보이지만 실상은 끈끈한 가족애로 뭉쳐 있는 것. 비어져 나오는 웃음 속에서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