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느리게 굴러간다. 자전거가 빨리 달린다. 느리게 굴러가는 공을 힘껏 밀자 공이 빨라진다. 빨리 달리는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당기자 자전거가 느려진다. 밀고 당기는 것이 바로 힘이다. 힘은 느리게 가던 것을 빨리 가게도 하고, 빨리 가던 것을 천천히 가게도 한다. 그런가 하면, 힘을 주면 서 있던 자동차가 움직이고, 날아가던 비행기가 서기도 한다. 이처럼 힘은 물체의 움직임을 변화시킨다. 힘을 주지 않으면 움직임은 변하지 않는다. 가만히 서 있는 공은 우리가 힘을 주어 움직이지 않는 한 계속 서 있다. 마찬가지로, 움직이는 것도 우리가 힘을 주지 않으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잘 돌던 팽이가 저절로 멈추는가 하면, 굴러가던 공이 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아무 힘도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마찰력이라는 힘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우주 공간에는 마찰력이 없기 때문에 날아가는 우주로켓은 엔진을 돌리지 않아도 계속 날아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달도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따로 힘을 주지 않아도 계속 돌고 있는 것이다.
오감을 통한 구체적 경험과, 편안한 일상 용어로 설명한 과학 원리 <데굴데굴 공을 밀어 봐>에는 ‘관성의 법칙’이라는 말도, 어려운 수식도 등장하지 않는다. 공을 굴리고, 자전거를 타고, 팽이를 돌리고,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일상이 펼쳐질 뿐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힘에 대해, 운동에 대해, 또 힘과 운동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들, 혹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해 볼 수 있는 것들, 또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바로 그 행동의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들을 통해 과학적 원리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느리게 굴러가는 공을 힘껏 밀었을 때 공이 빨라지고, 빨리 달리고 있는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당겼을 때 자전거가 느려지는 경험을 통해, 밀고 잡아당기는 행위가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힘’이라는 과학적 용어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흔히 쓰는 일상적이고 쉬운 말로 개념을 설명해 준다.‘밀고 당기는 것이 바로 힘이에요.’라고.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마찰력’개념에 접근하는 방식도 재미있다. 힘을 주어야 서 있던 물체가 움직이고, 힘을 주어야 움직이던 물체가 멈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의혹을 끄집어낸다. ‘그런데, 아무도 힘을 주지 않았는데 굴러가던 공이 왜 섰을까?’ ‘아무도 힘을 주지 않았는데 잘 돌던 팽이가 왜 서 버렸을까?’ 친구와 팽이 시합 중에, 뱅글뱅글 잘도 돌던 자기 팽이가 스르르 먼저 서 버렸을 때의 안타까운 심정을 아이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 안타까운 경험을 상기시키면서, 팽이를 세운 힘이 다름 아닌 마찰력이었음을 알려준다. 또 ‘바닥을 손으로 쓸어 보면 걸리는 느낌’이 나는, 그것이 바로 마찰력이라고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설명한다. 이처럼 오감을 통한 경험과, 구체적이고 편안한 일상용어들로 어려운 과학 원리를 쉽게 알려 준다. 구성주의 유아교육학자인 비고츠키는, 유아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자발적 개념’이라 명명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유아들은 자발적 개념을 바탕으로 과학적 지식을 이해하고, 또 그렇게 이해한 과학적 지식을 다시 일상생활에 적용시키는 과정을 통해 과학적 사고를 발달시킨다고 하였다. <데굴데굴 공을 굴려 봐>는, 아이들의 자발적 개념을 통해 과학적 원리에 접근함으로써 과학을 보다 가깝게 느끼고 쉽게 이해하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단지 하나의 지식을 얻는 것에서 나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력을 키워 준다. 한창 팽이 돌리기에 열을 올리며 계속해서 새로운 팽이를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 바퀴 달린 장난감 상자를 힘껏 밀어서 집안 여기저기에 쾅쾅 부딪치며 장난치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안 돼!”, “조용히 해!”라고 소리치지 말고, 아이와 함께 <데굴데굴 공을 밀어 봐>를 읽으며 힘과 운동에 대해 알아보면 어떨까?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