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분명히 붉은 꽃도 피고 노란 꽃도 피고 푸른 잎도 돋아납니다. 이렇게 살면 그뿐이건만, ‘내가 꽃을 피웠다’, ‘잎을 돋게 하였다’고 집착할 것이 무엇입니까?
43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여주 신륵사 상임 포교사로 일선 현장에서 왕성한 표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가 삶의 갈피갈피에서 얻은 감동과 믿음으로 풀어 낸 금강경 이야기. 무량공덕을 얻으려면 먼저 ‘나’를 바꾸어야 하고 내 마음이 바뀌면 금강경의 법문이 막힘없이 내 것이 된다고 말하며 행복한 삶을 위해 집착을 벗어버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자고 말하는 책.
내가 발하는 마음! 내가 유지하여야 할 마음! 내가 다스려야 할 마음! 나는 불자들에게 늘 보리심을 먼 곳에다 갖다 붙이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그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나’의 마음가짐, 나의 실천 속에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43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현재 여주 신륵사의 상임 포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 분야에서 정년을 마치고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는 처지의 저자가 신륵사 부설 어린이집 원장과 지도법사, 여주교도소 교화위원 등 일선포교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해를 보낸 나의 삶을 돌아보니 후회와 뉘우침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말한다. 직분에 보다 충실하고 함께 사는 대중들에게 보다 잘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부끄러움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픈 상처와 후회가 많았다 할지라도 이제 와서 어찌할 수 없는 것, 오직 남은 인생이나마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후회 없는 생을 보내기로' 다짐하면서 회향의 길을 걷고자 한다.
이러한 회향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저자는 어느 날 무비 스님의 금강경에 대한 글을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이며 한 생각이 약동’하였다. 이때부터 저자는 5년에 걸쳐 금강경을 새롭게 공부하고 금강경이 전하는 삶의 메시지를 가슴으로 느끼고 실천하려 노력한다. '무량공덕을 얻고자 하는 기대심리'로 금강경을 읽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은 구체적인 삶의 작은 실천을 강조하는 이 책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무엇을 하든, 안으로 깊이깊이 찾아 들어가는 공부를 하다보면 너무나 고마워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너무나 좋아서 펑펑 울기도 합니다. 이렇게 좋고 고맙고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리게 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고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저자는 금강경이야말로 '무한의 공덕과 무한의 행복을 제쳐놓고 욕망과 감정과 집착 때문에 잘못 살고 있는 우리를 무섭게 꾸지람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살이를 하면서 이러한 가르침대로 살기란 쉽지 않다. ‘오랫동안 욕망과 감정과 집착 속에서 살아온 습관’을 버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격려한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잡고 근본 주춧돌을 놓으면 삶이 새로워지고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주춧돌은 바로 ‘대승심’과 ‘믿음’이다. 그리고 상[相]의 본질을 이해하고 집착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하는 금강경이야말로 이러한 대승심과 믿음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는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라고 얘기한다.
이 책은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본문에 한글토를 달고 이어서 해석과 단어·구절풀이도 실었다. 하지만 그동안 금강경을 읽어온 이들이라면 ‘해설’부분만 차근히 읽어도 좋을 것이다. 삶의 연륜이 묻어 있는 저자의 재미있고 자상하며 때로는 준엄한 이야기들 속에서 금강경의 새로운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형편에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다가 결국 자식들의 원망에 삶의 회의를 느끼며 자살을 결심하는 여인, 글을 모르는 혜월 스님을 시험하려다 크게 깨친 고봉 스님 이야기, 금강경의 대 강사인 덕산 선감 선사, 마조 선사, 무착 문희 선사 등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부터 옛 스님들의 일화까지 읽다보면 돌아오는 봄과 함께 우리도 ‘봄바람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