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슬기로운 의사생활 042 슬기로운 기승전결_이효진 / 번역_옥유롬 050 이우정표 드라마 공식_김은경 / 번역_박은선 056 반짝반짝 빛나는 ‘뽀드윅’ 조정석_안진용 / 번역_옥유롬 064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미련_이준행 / 번역_옥유롬
072 시로 만난 별들 2 | 언제나 해피엔딩 – 배우 전미도_장재선 / 번역 김구슬, 달시파켓 076 MZ 라이프 5 | 슬기롭게 의사를 이야기하는 방법_함은세 / 번역_박은선
084 K-Poem | 만년필A Fountain Pen_송찬호 / 번역_김구슬 달시파켓 가여운 거리Pathetic Street_허연 / 번역_김구슬 달시파켓 088 Poem·Essay | 슬도瑟島해국_이상옥, 항해_서동균, 해 묵은 수첩_강영애, 여우볕_안성덕 096 새 시집 속의 詩 | 편견偏見_유안진, 산길을 가며_이은봉, 詩聖_유용주, 햇빛비상구_임성구
100 강형철 시인의 군산통신8 | 선유도를 다시 이루어가는 사람들 - <선유도에 물들다> 대표 임동준_강형철 106 극장뎐(傳) 6 | 대구 사보이 극장_김전한
movie 110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 일상의 즐거움을 다시 찾다_조진주 112 생활ESG영화제in남양주 | 생활ESG영화제(LifeESGFF PRE시즌)_박영민
review 114 영화 월평 | 잔혹한 복수의 서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봐야 하나 - <랑종>_라이너 120 문학 월평 | 찰나의 진실 붙잡기 – 유희란, 『사진을 남기는 사람』_허희 124 드라마 월평 | 그 여우를 찾습니다_김민정 128 북리뷰 | 삶의 지혜로 가득한 화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 김영진 회장의 신작 두 권_최혜리 130 북리뷰 | 이민 생활의 상처와 기쁨이 응축된 시어들 – 김준철『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_양진호 142 문화소식
피서보다, 올림픽보다 힐링되는 올여름 가장 사랑스러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팬데믹과 찜통더위로 지친 우리에게 드라마 속 주치의들이 건네는 청량함 가득한 문화 처방전
8월호 Theme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3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로 잠 못 드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바캉스’가 사라졌고,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 치러지고 있는 도쿄 올림픽은 예전처럼 짜릿하지 않다. 업무 스트레스와 코로나 블루로 번아웃 되기 직전인 우리 마음을 식혀줄 탄산음료 같은 문화 콘텐츠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 우리 곁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시즌2가 찾아왔다. 작년 3월에 tvN과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며 “작지만 따뜻하고, 가볍지만 마음 한 켠을 묵직하게 채워 주는”(프로그램 기획의도 중) 이야기들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이 프로그램은 올해에도 ‘문화적 현상’이라 불릴 만한 팬덤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슬의생>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우울한 우리를 향해 열려 있는 더없이 편안한 ‘문화적 진료실’이자 ‘마음의 피서지’ 역할을 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쿨투라》는 이번 호 Theme로 <슬의생>을 다뤘다.
‘배우의 열연’, ‘스토리의 리얼함’, ‘마음을 사로잡는 OST’라는 3박자의 하모니! 방송작가 이효진은 <슬의생>의 ‘슬기로운 기승전결’에 대해 다뤘다. 영리한 스토리텔링, 한 장르로만 고착되지 않는 형식적 특이성 등 <슬의생>의 미덕을 방송작가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필자는 이 글의 초반부에서 “<슬의생>은 정통적인 스타일의 드라마는 아니다. 이야기가 툭툭 끊어진다. (중략) 회차가 진행될수록 점점 빠져들게 하는 드라마의 기본적인 구조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이야기하며 “얼핏 보기에 기본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5인방 각각의 에피소드가 한 회차에 마무리”되는 등 <슬의생>은 익숙함과 색다름이 공존하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기로운 기승전결”을 만들며 시청자들을 서사 속으로 끌어당긴다고 필자는 덧붙인다. 그리고 “극적인 찐함이 없어 밍밍한 것 같으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맛이 있는 깔끔함”이 이 드라마를 계속 찾게 하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라고 필자는 이야기한다.
김은경 교수(백석예술대 공연예술학부)는 이 드라마를 ‘이우정 작가’라는 키워드로 분석했다. ‘리얼함’이라는 포인트, 자극적 요소가 없는 ‘덜어냄의 미학’ 등의 이우정표 드라마 공식이 “동시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필자는 분석한다. 그는 “막장드라마가 득세하던 2010년대 초반, 이우정 작가는 출생의 비밀과 불륜, 기억상실과 같은 자극적이고 황당한 막장코드를 과감히 덜어낸 드라마를 선보였다”고 언급하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이우정 작가는 첫사랑, 친구, 이웃, 가족과 같이 그 이름을 부 르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마음 한 켠을 묵직하게 채워주는 ‘이우정표 드라마’를 체계화할 수 있었다고 필자는 분석한다. 또한 이우정의 드라마에는 “장르 드라마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빌런’이 등장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 포맷인 “선과 악의 ‘대결’과 ‘갈등’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는 점에 대해서도 필자는 강조한다. 이런 방식으로 인해 이야기가 다소 밋밋해질 수 있지만, 작가가 그 부분을 철저한 감수를 통한 스토리적 ‘리얼함’으로 보완한 점이 훌륭하다고 필자는 언급한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는 <슬의생>에서 가장 매력적인 의사 선생님인 ‘익준’ 역할을 맡은 배우 조정석에 대해 다뤘다. 그는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이나 이미지 등은 뮤지컬부터 영화, TV 드라마까지 여러 무대를 거치며 완성된 ‘노력의 결과’임을 이 글에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조정석이 드라마 <슬의생>에서 누구보다 평범한 의사를 연기하면서도 평범함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필자는 덧붙인다. 안진용 기자는 뮤지컬 신에서 정평이 나 있었던 조정석의 과거, 굵직한 드라마에서 보여준 ‘연기 잘하는 배우’ 이미지 등에 대해 언급하지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누구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의사’ 같은 유쾌하면서도 정다운 조정석의 매력이다.
음악가 이준행은 <슬의생> 시즌2의 OST인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세심하게 분석한다. 필자는 <슬의생> 시즌2의 OST인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의 악곡 형식, 가사의 의미 등 곡 자체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이 곡이 <슬의생>의 스토리적 매력이나 배우의 연기 뒤에서 어떻게 ‘그림처럼 남아 주’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작품 내의 인물들이 병행하는 직장인 밴드의 활동을 보여주는 음악극의 형식을 이용한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흥행을 이끄는 최고의 요인일 것”이라면서, “당시에 유행했던 곡들을 극의 분위기에 맞춰 재소환하고, 극 중 인물들로 구성된 밴드를 통해 직접 입으로 불러내게 함으로써 극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입체적인 매력을 선사”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개성이나 매력을 배가시킨다고 강조한다. 즉 드라마의 ‘스토리’와 ‘배우’의 사이에서 ‘곡’이 훌륭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재물과 리뷰, 월평 장재선 시인은 연재 코너 「시로 만난 별들」에서 <슬의생>의 ‘미도’ 역할을 한 배우 전미도를 자신의 시 속에 초대한다. 그는 시작노트에서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정상 반열에 있는 배우도 드라마에 출연해야 가족의 인정을 받는다는 건 씁쓸한 현실이다. 무대에서 갈고 닦은 시간들 덕분에 그녀가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호평을 얻은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하며 그녀가 이제야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을 ‘팬’의 마음으로 아쉬워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녀가 <슬의생> 1부를 끝낸 직후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 출연했을 정도로 무대 연기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이다”라며 그녀가 앞으로도 TV와 연극-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다채롭게 활약할 것임을 장담한다고 했다. “슬기로운 당신의 배우는/끝이 궁금하지 않은 듯/지금 여기 모든 걸 바쳐요”라는 시구처럼, 시인은 전미도 배우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그녀를 ‘나이’나 ‘무대’와 상관없이 “끝이 궁금하지 않은” 신성으로 만들어 줄 것임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함은세 객원 기자는 연재 코너 「MZ 라이프」에서 자신의 ‘최애’ 드라마 <슬의생> 속 의사들을 ‘슬기롭게’ 소개한다. 필자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선망되는 직업인 ‘의사’에 대해 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그려나가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필자는 “율제 병원 5인방을 통해 의사를 묘사하는 방법은 ‘직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면서, 이 드라마 속 ‘의사’라는 설정이 “가지각색의 인간사와 다양한 이들이 뒤섞여 사는 사회의 여러 잔상을 보여주는 작업을 수월히 하기 위해 가져온 설정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필자는 엘리트주의가 당연해지고 가난과 약자를 향한 혐오가 팽배한 이 시대에 엘리트의 정점에 위치한 직업군을 그려내는 이러한 방식이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하며, “거칠게 액셀을 밟고 다급하게 브레이크를 찾는 무모한 태도에 서서히 잠식되어가는 이들이 늘어나는 2021년을 살아가는 스무 살 청년으로서, 율제 병원 5인방과 그들의 세상 속 부족하고 서투르지만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안겨준 신원호와 이우정 콤비의 슬기로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한다.
인터뷰 코너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어온 선봉장인 이용관 이사장(인터뷰어 손정순 《쿨투라》 발행인)을 만나 제26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출발과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인터뷰했다. 또한 미국에서 『직지심체요절』알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유타대학교 기록보존업무 담당자 랜디 실버만과 LA 한국문화원 직원 박지영 씨(인터뷰어 김준철 《쿨투라》 미주특파원)를 만나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 프로젝트를 들어보았다. 그밖에도 문화 전반의 콘텐츠를 흥미롭게 다룬다. 서종택 교수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박노련 화백의 스튜디오 방문기를 갤러리 에세이에서 다뤘고, 화가 김명해는 연재 코너 「미술관 탐방」에서 조각가 김종영과 서울 김종영미술관에 대해 소개한다. 이상옥, 서동균의 디카시, 강영애의 신작시를 비롯한 강형철(군산통신), 허희(문학 격월평), 라이너(영화 월평), 김민정(드라마 월평)의 글도 여름의 피로를 잊게 해줄 것이다. 《쿨투라》가 이번 여름 독자 여러분의 문화적 휴양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