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아이의 불행을 어루만지는 소설 부모가 이혼했다. 아이는 정말 불행해질까? 자신에게 닥친 불행 앞에서 오히려 어른보다 무심한 아이들 표정을 보면 참 알 수 없다. 부모의 죽음 앞에서도 아이들은 얼마나 천연덕스러운가? 하지만 아이들이 그 상황을 모를 리 없다. 다만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깜찍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프랑스 작가 파트릭 코뱅은 부모가 이혼한 자신의 어릴 때 경험을 떠올려 이 소설을 썼다. 마침 코뱅의 아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 로랑과 같은 또래였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엄마와 별거 생활을 하는 아빠랑 단 둘이 사는 로랑 라니에라는 열한 살짜리 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로랑의 엄마는 집안 살림보다는 자신을 가꾸는 데 더 몰두해 있는 현대적인 여성이다. 로랑은 잔소리만 하고 자기를 돌보아주지도 않는 엄마가 집을 나간 것이 전혀 서운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아빠랑 단 둘이 사니 맘껏 쿵쾅거리며 뛰어다녀도 권투 시합을 해도 야단칠 사람이 없으니 좋고, 아빠가 엄마랑 헤어진 뒤로 젊은이처럼 청바지 패션으로 스타일을 바꾼 것도 마음에 든단다. 하지만 시종일관 어린애답지 않게 지나치게 의연하고 유쾌한 로랑의 웃음이 오히려 코끝을 찡하게 한다. 그 명랑함 뒤에 숨겨진 그늘이 있기에.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어른들의 결정에 대한 어린아이의 분노가 숨어 있기에.
소년을 훌쩍 키운 사나이다운 모험 로랑은 엄마와 아빠의 집을 오가며 산다. 평일에는 아빠랑 살고, 휴일에는 엄마 집에 간다. 두 사람 다에게는 별거 생활을 잊게 할 새 애인들이 생긴다. 로랑은 두 집을 오락가락하면서 동네 불량배를 만난다. 불량배는 로랑을 끌어들여 슈퍼마켓 계산대에 있는 여직원과 짜고 좀도둑질을 해서 푼돈을 번다. 영화를 좋아하는 로랑에게 동네 불량배는 영화배우처럼 “멋진 갱”으로 비친다. 그때부터 로랑은 갱단이 될 꿈을 꾸고, 슈퍼마켓 음반 매장에서 음반을 훔치는 사소한 도둑질로 큰일을 위한 예행연습을 해 둔다. 마침 아빠가 여름휴가를 방콕으로 갈 계획을 세우지만, 로랑을 엄마 집에 떼어놓고 혼자 떠나려고 한다. 로랑이 알기로, 방콕은 로랑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코끼리가 있는 나라이다. 더구나 로랑은 여름방학 내내 재미없는 엄마의 남자친구와 함께 엄마 집에 있기는 죽기보다 싫다. 로랑은 아빠를 따라갈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량배와 짜고 경마권을 파는 가게를 턴다. 도둑질이 아빠에게 들통나고, 그 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로랑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 말다툼을 벌이다가 법정에서 완전히 이혼하기로 한다. 자기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광경을 목격한 로랑은 차라리 물에 빠져 죽기로 결심한다. 죽을 결심을 하고 집을 나서는 순간, 엄마의 남자친구가 찾아와서 로랑을 여름방학 동안 아빠가 맡아도 좋다고 한다. 로랑과 아빠는 우여곡절 끝에 화해를 하고 방콕에 가는 대신 동물원에 가서 코끼리를 만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