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말하는 그림책 [은자로 마을 토토] 토토는 염소 치는 일을 하는 작은 소년이다. 매일같이 물을 긷고, 염소들을 데리고 산을 오른다. 유난히 안개가 짙게 낀 어느 날, 서둘러 산을 내려오던 토토는 아기 염소 키쿠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차린다. 산꼭대기에는 설인이 산다는 전설이 있어 마을 사람들 모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지만, 토토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걸음을 돌려 산으로 올라간다. 무서운 전설, 차가운 안개비와 오랜 시간 힘겨운 싸움을 하다 가까스로 도착한 산꼭대기에 아기 염소 키쿠가 있었다. 꼭 끌어안고 잠든 토토와 키쿠에게, 키리마산 꼭대기는 더 이상 춥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이 이야기는 작가 민은경이 킬리만자로를 여행하면서 떠올린 이야기다. 여행지에서의 낯설고 신비로운 경험은 화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고, 오랜 새김질을 거쳐 세상에 내놓을 첫 창작 그림책의 주제가 되었다. 어린이책에서는 상대적으로 문자언어가 시각언어를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이 글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그림책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는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은자로 마을 토토]는 모든 것을 글로 풀어 내는 그림책이 아니다. 담담하고 절제된 문체로 행간에 많은 감정을 담아 두었고, 풍부한 상징이 새벽 빛깔 그림 전체를 관통해 흐른다. 토토가 느끼는 작은 마음의 변화까지도 그대로 담아 내는 섬세하고 미묘한 색채는, 멀고 막연한 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 대한 공감을 극대화한다. 아이들은 [은자로 마을 토토]를 통해, 모습은 다르지만 누구보다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친구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