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프랭키의 번뜩이는 상상력에 뜨겁게 공감하라! 지난 2006년, 일본 문화계를 뒤흔든 릴리 프랭키는 바야흐로 현대 일본사회를 대표하는 문화 상징으로 등극하였다. 출간 즉시, 200만부가 팔려나간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와 그의 첫 소설집인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가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일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서, ‘서브컬처의 승리’로서 기록될 만하였다. 이 괘씸하고 불경스럽고 괴상망측한, 그러나 이 시대적인 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괴짜 소설가, 릴리 프랭키의 두 번째 작품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일본에서 출간된 저자의 첫 번째 작품으로, 릴리 프랭키가 얼마나 시대의 감정, 행동양식, 상식을 넘어선 자유로운 세계를 지향하는지 새삼 알려준다.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는 파격적인 제목만큼 스토리도 인상적이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 혼돈스러운 세상, 사회나 역사는커녕 나 자신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 놓인 무기력한 우리들. 잘 생기고 성공한, 학벌과 지위가 높은 선택받은 사람들 속에 끼지 못하는 80퍼센트의 사람들을 대표하는 밑바닥 주인공들이 여기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안에 있다. 릴리 프랭키의 도발적인 상상력은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가 주는 감동과는 또 다른 몰입의 즐거움에 빠지게 한다.
너덜너덜해진 당신의 인생에 빛나는 별들이 쏟아진다! 일견 한심하게 보이는 주인공들의 몸부림이 오히려 순수함이나 성실성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 역시 그들과 똑같은 시대 속에서 막연한 무기력의 권태에 빠져있고 거기에서 벗어나기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그리워할 만한 ‘연인(戀人)’이 상실되어버린 세계, 혹은 그 정체가 낱낱이 까발려진 시대가 빠져든 깊고도 실체 없는 불안과 이 때문에 오히려 순수함 마저 느끼게 하는 사람들의 여섯 가지 이야기. 권태로운 일상에 파묻혀 가슴에 반짝 반짝 빛나야 할 별을 잃어버린 채 사람도, 사랑도, 삶도 너덜너덜해진 사람들을 소개한다.
1. 대마 농가의 신부 ‘밑이 짧은 바지를 입는 여자’를 선호하는 각박한 도시에서 밀려난 미모에 자신이 없는 다에코에게 ‘음(陰)의 기운’을 발견했다는 부농의 아들 기이치로. 그는 ‘조무래기들도 각성제를 주워 먹는’ 도시로부터 밀려드는 드러그 수요를 바탕으로 거대한 대마 농가를 경영하며 ‘도쿄 디즈니랜드보다 더 넓은 토지와 도쿄의 웬만한 부르주아 못지않은 재력’을 소유한 신랑감이다. 미스 유니버스 일본 대표도 사양한 신랑감을 거머쥐는 소심녀의 결혼 이야기. 뭔가 절묘한 만남이라는 씁쓸한 웃음이 터진다. <대마 농가의 신부>와 <사형>은 미래적인 설정으로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야유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보다 그 풍자성이 두드러진다.
2. 사형 파격적이다 못해 엽기 만화 같은 상상력(그러면서도 사뭇 진지하다)에는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구역질이 난다’와 ‘대 폭소가 터졌다’라는 게 찬반론자들의 주된 평이었다. 참으로 ‘구역질과 대 폭소’ 사이에서 독자를 묘하게 뒤흔드는 이야기다. 범행의 경중과는 상관없이 일단 범죄로 잡혀온 자에게는 일률적으로 사형이 선고되는 무서운 미래 사회. 그런데 이게 무섭다기보다 우습다. 어떤 방식의 사형에 처해지느냐. 그 재판 과정이 전국에 생방송되고 사형은 전 국민의 오락이 된다. 마니아적인 취미, 애니메이션에의 탐닉은 악질적인 죄가 되는 사회, 서점에서 만화 잡지를 슬쩍 집어가던 소년이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과연 그에게 떨어질 사형 방법은 무엇인가. ‘중학교 때 쓴 시를 부모와 친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들 앞에서 낭독하기’라는 처벌에 대해서는 저절로 웃음이 터지는 독자가 적지 않을 듯하다. 이렇게 묵직한 주제를 이토록 가볍게 장난쳐가며 이야기해도 좋은가. 어느 면에서 가장 릴리 프랭키다운, 또한 신인류(新人類)다운 작품이다.
3. 둥근 파 꽃 <둥근 파 꽃>과 <오사비시 섬>은 그 유명한 성(性)에 대한 담론이다. “육체의 궁합, 속궁합이라고 하던가요? 그런 게 정신적이니 뭐니 하는 물거품 같은 것보다 더 확실하게 상대를 안다는 거 아닙니까? (…) 애정이니 뭐니 하는 건 그리 특별한 게 아니에요. 무슨 인간관계의 최종 이상형인 것처럼 그 말을 쓰시는데 그건 사실은 인간관계의 첫 단계에 불과해요. 상대에게 애정을 가졌을 때 비로소 관계가 시작되는 겁니다. 하지만 똑같이 애정을 가져도 살을 맞대고 싶은 사람과 맞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어요. 그중 어느 쪽이 사랑이라는 말에 진실한 맛이 느껴집니까?” 가족을 이뤄 살고 있는 사람들만이 구입할 수 있는 한단의 파. 간신히 어렵게 이룬 가정 속에 부유하는 여주인공을 찾아온 한 남자는 그녀의 비밀스런 옛 성생활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데….
4. 오사비시 섬 ‘오사비시 섬’이라는 제목은 읽기에 따라서는 ‘남자가 쓸쓸한 섬’ 혹은 한자를 풀이하여 ‘남자가 녹스는(?은 銹와 함께 녹이 슨다는 뜻) 시(詩)의 섬’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오사비시 섬. 이 섬에는 이 섬에서 태어난 사내는 없다. 모두 어디선가 쓸쓸함에 떠밀려 허위허위 찾아왔다가 돌아갈 수 없게 된 사내들의 섬이다. 슬슬 일 좀 하고 술 한 잔 하고 절구질하고, 오직 그것뿐인 섬….” 표현이나 설정에 있어서 이런 종류의 담론 중에서도 마침내 그 아슬아슬한 극한에까지 이른 문제작.
5. Little Baby Nothing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한심 삼인방 앞에 어느 날, 미모의 여인이 쓰레기장에 버려져 발견된다. 여자에게 다가가 어떻게 한번(?)만이라도 해보는 게 소원이었던 녀석들은 그 자리에서 그녀를 매고 집으로 나른다. 무엇인가에 취했는지, 죽은 건지…. 부스스 정신을 차리는 그녀는 천사와 같은 미모로 그들을 서서히 변화시켜 간다. 정치가의 정부(情婦), 비밀 요정 마담, 고급 콜걸? 각종 매스컴이 찾고 있는 그녀의 정체는? 그녀와 단 한번 만난 이후, 한심 삼인방은 성실하기 그지없는 청년들로 거듭나는데…. 모두가 그리워할 만한 우리들의 텅 빈 연인 이야기.
6.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이보다 더 절망적일 수는 없다! 한 남자, 휘고의 고통을 그려낸 짧은 단편이면서 동시에 표제작이다. 전쟁 통에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를 잃고 홀로 남은 휘고, 그러나 그를 괴롭히는 구체적인 고통은 전쟁이나 굶주림이나 인류 평화 등의 거창한 것이 아니라 ‘따놓은 통조림 뚜껑처럼 끄트머리 한 부분만 아직도 덜렁덜렁 붙어있는’ 왼쪽 엄지발가락의 발톱이다. 얼마나 욱신거릴까. 그는 이미 인생을 포기했다. 그런데도 그의 머릿속에 계속 감도는 소망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뭔가 어마어마하게 좋은 일을 남기고 떠나고 싶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찬반 격론을 일으킨 독자들의 서평
“인생은 단 한 번뿐이기도 하고 피곤하거든 쉬면 된다!” 릴리 프랭키의 소설은 한 마디로 맛있다. 이론이 아니라 감정이 억제할 수 없게 되는 인간의 행동이나, 상식이라는 사회의 틀 밖으로 튀어나와버린 사람, 재앙에 휘말리지 않고 싶어서 따분한 나날을 선택하는 사람 등, 새로운 자신을 찾고 있는 사람이 주체가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것과는 다른 물건. 정면으로 릴리 프랭키가 보아왔을 터인 사람들, 겉으로 나오지 않는 인간의 뒷면의 얼굴을 그렸다. 덕분에 “인생은 단 한 번뿐이기도 하고 피곤하거든 쉬면 된다!”라는 메시지를 감지했다! - 아마존재팬 독자평 중에서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한, 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세계” 상당히 좋았다. 현실의 한 겹 위의 현실이라고 할까, 명백하게 의도된 소설세계라고 할까…. 아아, 이 세상에 환멸 혹은 진절머리를 내고 있구나 라고 느끼면서 읽었다. 표제작인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는, 그러나 저러나 뭔가 꼭 해야 할 일을 계속해서 생각하는, 인생이 그려져 있다. - 아마존재팬 독자평 중에서
“망상 같은 소설 속 세계가 현실에 반격의 화살을 쏘았다” 살아가기 힘겨운 세상, 착실하게 살아도 남을 속이고 앞질러가며 살아도 그다지 큰 차이는 없는 현실, 하지만 릴리 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것을 일절 설명하지 않는다. 한 줄도 쓰지 않는다. 지식도 늘어놓지 않는다. 그 점이 좋다. 망상 같은 이 책의 세계가 현실에 반격의 화살을 쏜 것이라고 느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다 읽고서 이토록 어둠이 감도는 세계인데, 어째서 이상하게 느껴지고 은근히 웃음이 나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릴리 씨가 쓴 인간이 내 속에 있는 모종의 인간상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 아마존재팬 독자평 중에서
“이 센스는 웬만해서는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다크 유머’라고나 해야 할까. 엄청나게 재미있는데도 주제는 엄청나게 잔혹하고 리얼하다. 이만큼 어두우면서도 뭔가 메시지를 전하자는 건지, 전하지 않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이 단편소설들은 최고다! 어떻게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권태로운 일상에서 다시 한 걸음 잘못 디디는, 위태로운 두근거림이 묘사된 단편집. - 아마존재팬 독자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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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